가까이서 보며 비극이라 하지 마라.
불교에서 제일 와닿는 말이자, 싫어하는 말이 생즉고(生則苦)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만, 비극이 아니라 고군분투라고 하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 한 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하고 싶다.
주말에 고향에 다녀왔다.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 칠순이셔서 아주 오랜만에 병문안을 핑계 삼아 다녀왔다.
병원에 들어가실 때는 오늘내일하신 모습에 걱정 반 안도 반의 마음이었다.
살아온 삶은 다 적기에는 지면이 부족하기에 여기서 줄이지만, 여하튼 그 당시의 마음은 그랬다.
그런데 오늘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데 30분 면회 시간 내내 계속 웃었다.
앞으로 20년 더 사실 것 같은데 아...병원비 20년 더 내야겠네라며 엄마한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만큼 건강해 보이시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지금 이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이 되겠지만, 내가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이 좋았다.
일상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형님들을 만났다.
술을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니 속에 있는 말씀을 꺼내시는데,
누구한테도 이야기 한 적 없던 나의 일들을 꺼내보여드렸다.
언젠가 Fast lives 영화 주인공 유태오 배우가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독일 생활 중에 본인의 어려움은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위(自慰)를 많이 했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뭐 이런 식으로...
나의 행적(行跡)은 치부가 될 수 있으나, 환경은 아니야, 뭐 이 정도면 시궁창 절대 아니야...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할머니의 볼을 비비며 꼭 안아주고 왔다.
그 숨결과 그 온기.
그 작은 불씨가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보고 싶다.
봉팔 인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