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디자이너, 영어 강사, 수험생, 대학원생으로도 살아 봤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고 하죠. 저 또한 공대에 진학하던 20살의 제가 30대에는 통역사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체 어떤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에 다다르게 되었을까요.
구체적인 전공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졸업반 때는 2년 가까이 브랜드를 창업해서 운영하기도 했었고 그와 동시에 프리랜서로 영어 강사 일을 하다가 정규직 제안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강사 생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4년 후 결국 따박따박 나오던 월급을 포기하고 다시 수험의 길에 올랐고 일 년간 웃고 울며 인고했던 시간 덕분에 결국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체될 직업 1위에 빛나는 통번역사로 살고 있네요.
사실 제 이야기가 남에게 각 잡고 들려줄 정도로 특별하다거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흔히 다들 커리어는 몇 번쯤 바꾸고 사는 게 아닌가?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내가 매번 불안해하면서도 계속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1년 차 통번역사일 때 세 개의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커리어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세 프로젝트 모두 기술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의 9할이 엔지니어였습니다. 기계 혹은 전기를 전공하시고 한평생 엔지니어 외길을 걸어오신 분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인지 제가 건축을 전공한 공대생이라는 사실과, 브랜드를 창업했던 디자이너였고, 또 영어 강사와 다시 수험생을 거쳐 어쩌다가 통역사까지 되었는지 그 일대기를 굉장히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 중 한 분야의 전문가임에도 마음 한편에는 해보고 싶은 전혀 다른 꿈이 있는데 막연함과 불안함 때문에 망설이고 계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1년간 다양한 산업군, 다양한 회사, 그 속에서 만난 많은 분들께 ‘어떻게 그렇게 분야를 넘나 드셨냐’는 질문을 받았더니 어떤 마음으로 이런 분야들을 선택하게 됐고, 그때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걱정과 불안을 이겨냈는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많이 불안했으니까요.
언뜻 제목만 보면 공대 나와서 통역사를 할 정도면 뭔가 특별한 영어공부 비법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실 수 있지만 이 글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영어공부 방법론이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언젠가 외전처럼 다뤄볼 수도 있겠으나 지금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도전의 단계마다 어떻게 걱정과 불안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는가’입니다.
막연함과 불안함 때문에 마음속에 품어왔던 도전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저런 사람도 있구나'의 '저런 사람'이 드리는 작은 용기를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