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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Jul 19. 2024

남편이 퇴사를 했다.(49) - 취업했습니다....

D+490일의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7월 11일로 올라가보자. 이 날 연락을 하나 받게 되는데 면접 제안이었다. 금요일 오후 2시였다. 나랑은 다르게 실전에 강한 타입인지 면접 전날에도 열심히 영상을 보는 그였다. 취업준비한 이후로 제대로 본 면접을 세봤더니 D+81일에 하나 D+298일에 하나 해서 1년 동안은 2번을 봤고 치근 D+470일에 세 번째 면접을 봤고 이번 연락으로 네 번째 면접이었다. 이제는 이제는! 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는데!! 7월 12일 두근두근. 면접을 끝내고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궁금한 것들도 다 물어봤고 또 자기도 다 대답했다고 하더라. 연락 준다고 했는데 그날 바로 연락을 받았다. 같이 일해보자고.


그렇게 꿈꿔왔던 순간인데 나는 막상 덤덤했다. 남편이 취업하기 전에는 제발. 제발. 제발. 뭐라도 좋으니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보니 다시 또 해결해야할 새로운 숙제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제 작은 산 겨우 넘은 느낌이랄까?ㅋㅋㅋㅋ암튼 실감이 잘 안났다. 남편에게 너무 축하한다고 전했고 남편도 나에게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 때 눈물이 날 뻔 했지만~ 울진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생각한다. 소리 지르고 꺅꺅 회사가 떠나가라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도 카톡으로만 알리고 나도 일하느라 바빠서 그냥 술렁술렁 지나갔다. 


하지만, 세상이 이쁘게 보였다. 출근길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다들 직장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왜 내 남편 자리는 하나 없을까"라는 생각도 계속 했었다. 왜 내가 잘 안되면 남탓 사회탓을 하게 되지 않던가..휴.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온 세상이 이쁘게 보이고 어디선가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았다. 


첫 취업일자를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출근 일자가 남아 나도 연차를 급하게 써서 여행도 계획했다. 지금 일기를 쓰는 와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아직 떨떠름한 이유는 출근을 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불안감을 주려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남편에게 "이래놓고 나중에 입사 취소한단 소리 거 아냐?" 라고 말하기도 했고 두 눈에 첫 출근하는 모습이 보여야 나는 그때야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다.


같이 먹는 식사가 소중하고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고. 세상이 정말 달리 보인다. 50편으로 엮으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마지막 이야기는 남편의 첫 출근을 본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직장 위치가 더 멀어서 같이 출근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일기를 마무리하는 그 날이 얼른 오길... 남편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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