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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Oct 31. 2022

회사에서 부드럽게 팀 옮기는 전략

(feat. 사내 전환배치 제도 사용법)

  나는 회사에서 두 번째 전환배치를 앞두고 있다. 첫 번째는 신입사원 시절 우여곡절 끝에 신입 TO와 나를 맞바꾼 것이었다. 이번엔 그 이후로 9년 만에 전환배치를 이루어냈다. 전환배치란 팀 간에 1:1로 담당자를 교환하는 방식인데, 팀원을 순환하여 개인의 업무 역량을 확장시키고, 팀의 분위기를 새롭게 고양시키고자 하는 사내 제도이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도 이 전환배치 제도가 생긴 지 3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그전까지는 담당자가 힘겹게 윗사람과 면담하고 인사과에 통보하여, 전환될 수 인력을 찾고 이도 안된다면 사람을 새로 뽑는 과정을 밟았는데, 이러다 보니 담당자 입장에선 이미 해당 팀에서 통보한 상태로 오랜 기간 기다려야만 한다. 그것만큼 회사에서 곤욕스러운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 팀과 다시 잘해보기로 조율하여 남아 있는 경우도 생긴다. 전환배치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제도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조직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하기에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 빠르게 조직 변경을 이뤄낼 수 있다.


  나는 3년 전 이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일하고 있으니, 회사에서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일했다. 특히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전문성을 요하다 보니 개인이 한 업무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담당하는 게 팀 운영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한 업무만 25년을 하고 퇴직하신 선배도 보았다. 이런 팀에서 갑자기 다른 업무를 하겠다고 한다면, 억지스럽고 떼를 쓰는 것처럼 비치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이 전환배치를 활용하기로 했고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아주 부드럽게 전환배치를 이뤄내는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조급함을 버리자

  우선 가장 먼저 심리적으로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사내 제도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절차가 있기에 과정을 기다려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있다. 조급할수록 오히려 될 것도 안된다. 나는 3년 전부터 전환배치 제도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결국 이번에야 신청할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먼저 말한 게 아니라 팀장이 먼저 얘기하게끔 유도했다. 그 과정은 조금 있다가 말하기로 하고, 우선 우리는 단기적으로 몇 달만에 팀을 옮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만약 조급하게 팀을 바꾸려는 시도나, 준비되지 않은 전환배치를 요청하게 되는 경우 윗사람한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가 있다. 책임감 없이 떼쓰는 이미지로 말이다. 윗사람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하고, 팀원이 변경되었을 때 해당 업무의 공백이 최소화되는 시기와 타이밍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 시기는 바로 오지 않는다. 최소 1년 이상은 생각하고 전환배치 계획을 짜야 부작용을 줄이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꾸준히 얘기하자

  다른 팀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그 시점부터 꾸준히 얘기해야 한다. 우선은 인사이동 권한이 있는 팀장에게 은근슬쩍 본인의 의도를 보인다. 처음 말할 때는 직접적으로 "전환배치 신청하겠습니다", "다른 팀으로 보내주세요"라는 표현은 최대한 피한다. 정기적으로 면담이 진행될 때 업무 얘기를 다 끝내고, 마지막 마무리를 할 때쯤 간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동일한 업무를 5년 동안 해오다 보니 업무 확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는 "지금껏 쌓은 업무 지식을 다른 방향에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라는 식이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팀장은 해당 팀원이 새로운 비전을 찾고 있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소식이기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함께 고민해보자는 식으로 얼버무리겠지만, 그 정도로도 첫 발을 잘 내디뎠다고 본다. 그다음 면담부터는 조금 더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다음은 이제 나에게 마음이 편한 사람들, 동기나 후배들에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나의 고민을 살짝 털어놓는다. 물론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 소문은 팀 전체로 퍼져나갈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팀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면서, 전환배치까지도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전환배치라는 단어를 어디에다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이를 유도하는 이유는 내가 팀을 옮겼을 때 가장 껄끄럽게 여길 직속 상사인 파트장이나 사수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보통 인사이동의 권한은 없지만, 아랫사람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본인들에게 가장 큰 업무 변화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내가 너무 성급하게 팀 이동을 내세우면, 이들은 적극적으로 반대부터 하게 마이고 최악의 경우엔 팀장을 찾아가 설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소문을 통해 듣게 되면 당장은 기분이 좀 나쁠 수 있는데, 직접 들은 게 아니므로 마음속에서 준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인사권자가 나의 전환배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 팀장이 이들에게 먼저 통보하지 않도록 내가 발 빠르게 면담 신청을 하여 얘기를 나누도록 하자. 그래야 예의를 지키면서도,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음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마음속으로 준비해놓은 대책을 구체화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판을 미리 짜 놓자

  나 같은 경우는 같은 실에서 팀 이동을 하는 것이므로, 실장은 같고 팀장은 달라지게 된다. 그렇기에 좀 더 수월하게 전환배치 결정이 가능했다. 우선 내가 가고 싶은 팀의 비슷한 연차를 살펴본다. 상세 업무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 팀을 옮기고 나면 업무 조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업무에 관심을 보였거나,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을 적극 공략한다. 나와 비슷한 연차라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테고, 자리를 못 잡아 겉도는 사람 또는 해당 팀에서 다른 팀원과 불화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제안이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나는 다행히 이전부터 내 업무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과 담당자 선에서는 1:1로 업무 교환을 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그도 인사권자에게 적극 어필하기로 약속까지 이뤄냈고 얼마 안 가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도 이럴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였고, 소문 들으신 대로 내 자리로 오려는 사람도 있다고 어필하였다. 결국 팀장들은 실장에게 전환배치 제도를 통해 팀 간에 담당자 1:1 교환을 보고했고, 이 전환배치 제도는 윗선에서는 인사 실적이기에 실장도 흔쾌히 동의하게 되었다. 그다음부터는 회사에서 공통으로 시행되는 전환배치 일정에 맞춰 인수인계와 인사발령을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이젠 알아서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다음 달 말이면 새로운 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준 사람도 있고, 걱정을 해 준 사람도 있다. 아직 나도 이게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항상 새로운 도전은 옳다고 여겼었고, 현재 나의 업무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지 못했기에 다른 업무까지 확장해서 이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 변화가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이렇게 업무 역량 확장의 차원에서 전환배치를 준비하고 시도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팀원 또는 팀장과의 불화가 있어서, 현재 일이 나와 맞지 않아서, 아니면 새로운 꿈을 찾아서 전환배치를 원하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전환배치 동기는 다를 수 있지만, 이를 진행하는 방식은 비슷할 것이다. 이런 분들도 마찬가지로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하게 판을 짜서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보는 게 좋겠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환배치를 이뤄내고, 전환배치 이후에도 사람들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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