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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가슴 떨리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QR] Of Monsters and Men – Dirty Paws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OST




프롤로그



가슴 떨리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의 기술>을 쓴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은 '여행은 현실에서 만나는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견해를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그의 말이 옳다면 여행은 도피 수단밖에 되지 않으며 일상을 증오로 내몰 뿐이다. 

내가 여행을 통해 얻는 첫 번째 유효함은 '진실의 발견'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는 일상의 삶을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축적되는 환상이 있다. 저 멀리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사는 이들과 그들의 환경에 대해 읽고 들은 지식으로 생긴 상상인데 이는 가공이라 거짓이기 쉬우며 그래서 힘이 없다. 


영상 콘텐츠는 현실의 생활을 바탕으로 상상이 더해저 그려진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통해 현장에 서서 그 현실의 실체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환상이 무너지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다. 바로 진실은 현장에 있고 그 실체에는 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온 사람의 얼굴에는 늘 광채를 띠게 된다. 여행이 우리의 삶에 유효한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아웃사이더'의 입장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타자화된 이방인은 실든 좋든 현실에서 비켜서서 그 현실을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를 통해 저울질하며 스스로를 사유의 세계로 모는 자이다. 자기 스스로를 제도권 밖으로 추방하며 경계 속에 현실을 목도하며 때론 비판하며 성찰하는 자 이를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는 '지식인'이라고 했다. 

그 결과로 여행은 우리를 종파주의와 그릇된 편견과 헛된 애국심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은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더없이 풍요롭게 보인다. 


나는 종종 직업을 핑계로 여행길에 오르기도 하지만, 내 작업이 새롭게 되기 위한 절실함이 나를 늘 길 위로 내모는 게 사실이다. 영상이 생활의 이야기를 화면에 새기는 삶의 기록임을 아는 한 이 땅에 새겨진 수많은 기록을 보아야만 한다. 현장을 보지 않고는 환상만 남게 되니 삶의 현장을 보지 않는 한 그 영상이 구성한 시간의 결은 체득할 수 없다. 영상콘텐츠와 문화마케팅 관련일을 하는 동안 나는 늘 여행길에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환상과 실체 사이에 있는 틈새의 크기를 항상 절감할 것이며 그로써 이방인 된 즐거움에 사로잡힐 것이다. 여행이 주는 이 매력은 치명적이며 따라서 내 평생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투어가이드와 같이 여행을 떠나면 얻게 되는 것이 참 많다. 본디 투어가이드는 사는 방법을 아는 자이니 무엇을 보는 게 좋은지, 어디서 자는 게 좋은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언제 먹는 게 좋을지를 잘 안다. 게다가 여행자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도 적절히 갖추고 있을 테니 그가 사람만 좋다면 여행의 안내자로서는 그만일 게다. 그래서 이를 아는 사람들은 단체여행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그에게 여행의 안내자로 나서 줄 것을 드물지 않게 요청한다. 이 글의 내용은 오랜 기간 이대원 역사문화여행작가와 함께하며 지역 일간지 등에 간간히 연재한 글들을 주축으로 사진과 글 그리고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들을 엮어서 다시 편집한 것이다. 


여행하는 일이 더러는 업무와 관계되기도 하지만 일상으로부터 탈출해야 가능해지는 일인데 그 일탈은 결국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남게 된다. 내 일탈로 누구보다 내 가족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미안하다. 특히 내가 집을 떠나 천방지축으로 떠돌 때 무사 귀환을 기도하고 늘 아이들 건 이와 빈 이를 보살피는 진수에게 미안하다.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하며

최 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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