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생각에서 시작된 첫 제주도 여행
'이럴거면 제주도에서 좀 지내다 올까?'
내 첫 제주도 여행은 이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 생활 1년차에 꽤 건방진 발상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나의 근무환경 탓이 크다.
기본적으로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막내작가는 상근인 경우도 있겠지만.
노트북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매일 아침 힘겹게 일어나 지옥철에 몸을 욱여넣는 일은 나에게 없지만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을 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뜻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앉아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일에서 해방될 수 있는 휴가는 없고 공휴일이나 주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느지막히 일어나 비몽사몽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고,
노트북만 치운 채 밥그릇을 두면 식탁이 되는 조금은 지루한 일상에서 변화를 주고싶었다.
나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동경하지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어떻게든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만 막상 나가도 커피를 사들고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앉아서 수다를 떨고 가끔 책이나 읽는 걸 좋아하는 소극적인 외향형 인간이다. 거기에 게으름도 조금 가미됐다.
그래서 사실 '이럴거면 제주도에서 좀 지내다 올까?' 라고 생각하고 몇 주가 지날 때까지 티켓을 알아보기는 커녕 그냥 벌러덩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친구가 보낸 카톡 한 통이 내 제주도행을 부추겼다.
'너 제주도 언제 간다고?'
P.S 25년간 바닷마을에 산 나도 처음 본 풍경의 바다. 아름다운 곳, 주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