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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혐오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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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Oct 21. 2024

[산문집] 기도했던 것


왜 내 팔은 붉기만 해? 씻어도, 빨아도, 바꾸진 못해서 비틀어도 여전히 붉기만 해. 때로는 보라색 꽃도 피는데 무궁환가, 때로는 갈색 얼룩도 지는데 뭐가 묻었나. 시간이 꽃을 치우고 얼룩도 닦아줄 거야. 벌어진 틈을 매워줄 거고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줄 거야. 시간만을 믿고서 지금을 태워 내 팔은 붉어 태양은 숨어 하늘은 검은데 내 눈은 감기지 않고. 주황색 취침등에 비춰보는 살가죽은 연약하게만 보여. 거울이 있으면 좋겠어, 내 표정을 보고서 나를 혐오할 수 있게, 깨부숴낸 조각으로 진한 붉음을 빼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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