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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땅굴일기

”기억은 천천히, 상처는 조용히”

by 라니 글을 피우다

올 초, 엄마가 내 곁에서 아주 멀리 떠나셨다.

그날 이후, 엄마가 없는 집은 놀랍도록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다.

거실 소파 옆, 엄마가 즐겨 앉으시던 자리는

어느새 다른 물건들이 무심하게 채워져 버렸다.


나는 문득문득 멈춰 섰다.

내가 예민한 걸까?

아니면... 가족들과 내가 서로 너무 다른 걸까?

가족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은 마음속에 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조용히 빗나갔다.

그게 서운했던 걸까.

슬픔이 나만의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아 외로웠다.

그 서운함은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난 자주 운동을 하는 길에

엄마의 장례식장이 있던 곳 근처에 들러 멀찍이서 한참을 벤치에 앉아 바라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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