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길 위에서

by 라니 글을 피우다

시리아수수새, 억새, 기생초가

바람에 흔들리며 아침을 알린다.


어둑하던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나도 그 빛 속을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나와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이 작은 루틴 속에서

오늘도 발걸음을 내어본다.

기생초


까치 몇 마리가

길 위에 잠시 머물고,

걸어오던 풀잎들은

제초의 칼끝에 눕혀 있거나

말끔히 정돈되어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함이 스며든다.



촉촉이 젖은 대지와 허공 사이에는

습기로 가득한

작은 숨결이 살아난다.

억새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조용히 아침을 감싼다.


돌아오는 길목,

대상화꽃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살아 있음이란,

이토록 조용하고 따뜻한 시선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