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가는 정월 대보름

by 라니 글을 피우다

나이라는 숫자는

세월이 나를 어른이라 불러주었을 뿐,

나는 아직도 어른아이인 것만 같다.


봄이 오는 길가의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데

부모에게는 싱싱한 새싹이 돋지 않는 계절이다.

대신 검버섯이 하나씩 늘어갈 뿐이다.


푸르러지는 것은 세상인데

빛이 옅어지는 건 부모의 얼굴이다.


그래서일까,

보름을 그냥 지나치려 했다.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굳이 나물이나 오곡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번거로운 일 하나 줄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마트에 들렀다가

문득 나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홀로 계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음식일지 몰라도

아버지에게는 계절이고

어쩌면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하지 말자던 마음이

해야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이라도 해볼 수 있는 일은

이 작은 정성뿐인지도 모른다.


곤들레와 뽕잎, 냉이, 시래기를 준비하고

오곡밥을 지어

아버지를 찾아뵈려 한다.


그렇게라도 봄을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