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by 라니 글을 피우다

유년 시절의 나는 그곳에 있었다.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숨이 멈추던 집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피해 들어가던 곳.


그곳에서는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혼나지 않는 시간이 있었고

울어도 들키지 않는 침묵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은

겁에 질린 어린 내가

유일하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도 나는 그 공간에 앉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때의 공기와 습관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처럼.


유일하게 나만 존재할 수 있었던 자리.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던 틈.


어느덧 그 기억은

아픔의 추억이 되어

낡은 책처럼 마음 한켠에 꽂혀 있다.


해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