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

시드니

by Yoon




Sydney, Australia




종이에 글을 쓰지 않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차마 펜을 들기가 어려워졌다. 반영구적인 각인이 새겨지는 것만 같다. 흩어질 법한 언어들을 억지로 가둬 두는 기분이 들었다. 이 핑계는 어느새 몸집이 커져,

나를 글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쓰지 못했다.


이 마저도 도망치듯 내뱉는 핑계겠지만 말이다.



떠지지 않는 눈과 팅팅 부은 손으로 지금 적어 내려 가는 이 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그저 존재할 뿐이고,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것들도 있지 않을까. 나는 구태여 세상을 피곤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는 걸까.


결국의 진리가 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것이,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나누는 것이, 이방인의 삶이라는 것이 모두 고루하게만 느껴지는 건 계속해서 남의 언어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이를 어떻게 삶에서 찾을 것이며, 어떤 표현으로 이 본질을 말할 수 있을까.



뜬금없이 떠오르는 풍경들. 여유를 가장한 분주함과, 단조로운 듯 보여도 늘 새로운 것들로 가득 빛나던 그 일상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애정을 가질 줄 몰랐던 도시, 시드니가 오늘 문득 떠올랐다.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들, 예상치 못했던 친절과 즉흥적인 순간들이 내게 그 도시를 다르게 보이게 만든 것일까. 마냥 좋다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나는 또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사랑에도 이유가 있다고 믿는 이 어리석음이 다시 고개를 든다.




2024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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