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
비 내리는 바다를 상상해 본다.
비가 내리면 축축하게 젖어 질척대는 땅과는 달리,
처음부터 젖어 있었기에 눈물 하나 맺히지 않는 그런 바다를.
폭우가 쏟아져 내려도,
표면에 물 한 방울 맺히지 않고
원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포용해 버리는,
그런 무던한 바다를.
그런 바다를 닮은,
그 위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를 또 상상해 본다.
안개는 어쩌면 바다를 향해
“너는 날 때부터 그리도 차가웠느냐”라고 묻는 것들을
자욱하게 덮어 버린다.
표면 위로 따갑게 내리 꽂히는 빗물에
튀겨져 오르는 바닷물들.
혹여나 다른 이가 볼까,
안개는 더욱더 뿌옇게 퍼진다.
차갑고도 무심하게 내려앉은 존재가,
그 어떤 것보다 무겁고도 따스하게
바다를 감싸 안는다.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2023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