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러지 말자
"모르나 봐, 지가 연진인지"
언제 어디에서나 영상 광고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요즘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전광판에도 영상 광고가 흐르고 버스에 달린 TV에서도 그리고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도 영상 광고가 흐른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벽에 붙은 스크린으로 광고를 보다가 또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르내리면서 또 광고에 나도 모르게 몰입한다.
몇 분 간격으로 그 광고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거의 외우다시피 한 광고를 그냥 무지성으로 멍하게 보고 있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파트 1이 끝난 뒤 파트 2를 애타게 기다리던 중 마주한 시즌2 매번 몰입해서 봤다. 짧은 영상 속에서도 이들의 대사, 표정, 표현 하나하나가 빛나고 궁금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영상을 거의 외우고 난 뒤에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난 잘못한 게 없어, 동은아"라는 대사에 많은 이들이 마치 한 극장 안에 있는 것처럼 탄식을 내뱉었고 내가 문동은이었으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는 늘 느렸고, 회사는 높이 있었기에 이들의 이야기에 무심한 듯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인지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자주 마주쳐서 내적 친밀감은 가득한 이들의 무리에서 한 명이 빠졌을 때 저 영상이 나왔고 누군가 말했다. "걔는 지가 이 회사의 연진인지 모르나 봐"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더 글로리> 파트 2 예고편을 보며 또는 넷플릭스로 본편을 보며 분노하던 이들 중에 회사 속 연진이들이 있다.
HR플랫폼에서 에디터로 일하면서 여러 연진이들이 동은이를 괴롭힘 에피소드를 접했었고 변호사, 노무사 등의 코멘트를 받아 적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었다.
막말, 폭언, 인격모독, 식고문, 부당한 업무지시, 정당한 연차사용 금지 등등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창의적이고 무궁무진했다.
오늘의 연진이가 언제 내일의 동은이가 되어, 역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보복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동은이가 언제까지 참고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
나도 어떤 날에 누군가의 연진이었을 수 있다.
앞으로는 연진이도 동은이도 아닌, 동은이에게 동료 교사의 그릇된 행위를 제보하고 도움을 준 딱 그 동료 교사 A 정도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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