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도 이제 늙었어" 23학번 과잠을 입고?!

오래전 그날

by 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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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학교 그 앞을 난 가끔 거닐지 일상에 찌들어 갈 때면

우리 슬픈 계산은 없었던 시절

난 만날 수 있을 테니." (윤종신 '오래전 그날' 중)


제게 캠퍼스는 꽤 오랜 세월 윤종신의 노래로 기억됐습니다.


스무 살 그 무렵이 감성이 그리울 때면 실제로 학교를 거닐기도 했고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계산이 점점 많아지는 나이에

저 노래 가사가 더 와닿을 때도 많았죠.


그러다가 올해 대학원에 입학해 10년 만에 다시 대학 강의실에 앉게 됐어요.


예전부터 고민만 하면서 망설였는데 용기를 준 은사님 덕에 일단 입학했습니다.


퇴근하고 부지런히 학교에 와서 언덕을 오르고, 서둘러 걷고

종종거리는 걸음이 힘들기는 한데 즐거워요.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기고 어떤 주제가 실시간으로 던져지는 점이 즐겁습니다.


학부 때와는 달리 북악산 자락에 있는 캠퍼스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크고요.


그래서 한 번은 쉬는 날 낮에 일찍 와서 도서관, 체육관 등등을 가보고

학식도 간만에 먹었습니다.


팔에 '23'이라고 적힌 과잠을 입은 한 청년이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야, 이제 나도 늙었어"라고 말하는 모습에 저절로 눈이 갔습니다.


재수 없이 현역으로 이 학교에 왔다면 그는 2004년생, 세는 나이로는 올해 스물셋을 맞이했을 겁니다.


그런데 묘하게 공감이 가더라고요.


저 무렵의 저도 복학을 앞두고 학교 안에서는 제가 제법

늙었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으니까요.


조금 지나면 저 때가 세상 젊었구나 하는 시기가 그에게도 곧 올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이제 나도 30대 후반이네, 지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고

'히야, 젊다'라고 하시는 선배들도 또 계실 겁니다.


그래서 결론은 그냥 너무 뻔한 말인데

늙었다고 생각하는 오늘이 돌이켜 보면 너무 젊은 날이고


슬픈 계산이 덜하던 시절일 수 있으니

그냥 웃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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