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노력을 무시하지 말 것
"서울대, 그 정도 투자하면 아무나 가지."
2026학년도 서울대 입학식이 열리던 날, 식장을 빠져나와 올라탄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툭 던진 한마디였다.
방금 전 내가 본 풍경은 사뭇 달랐다.
3층 규모의 체육관을 가득 채운 인파, 손주를 대견해하며 서울대 로고 앞에서 셔터를 누르는 조부모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이부진 사장과 홍라희 관장 가족.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졌고, 할머니는 서울대 후배가 된 손주를 진심으로 끌어안았다.
그곳엔 '재벌' 이전에 '가족의 성취'를 축하하는 평범하고도 뭉클한 온기가 있었다.
하지만 택시 기사님의 시선은 냉소적이었다. "저 정도로 돈을 쏟아부으면 누구나 가는 거 아니냐"는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반박했다.
학원가에서 자랐고, 대학 시절엔 그곳에서 강사와 조교로 일하며 수많은 집안의 교육열을 목격했다.
재벌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용한 자산의 전부를 쏟아붓는 집들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학원가는 늘 성공 신화만 전시할 뿐, 소리 없이 사라지는 실패의 기록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어렵다.
특히 눈만 뜨면 손안에서 온갖 유혹이 쏟아지는 요즘 세상에,
10대 청소년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환경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최고의 스승과 시스템이 붙어도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건 본인의 의지이자 노력이다.
타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땀방울을 쉽게 부정할수록,
내가 흘린 땀의 가치도 언젠가 타인에 의해 가벼워질 뿐이다.
인생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