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0대는 우울증의 시작과 함께 시작이 되었다. 오랜 기간을 세브란스 정신과를 드나들며 약을 먹고 몸과 마음은 또 약물 부작용으로 지쳐만 가는 날이 하루하루가 쌓여 10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신기하게 느껴지고 우리 아파트 앞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함박웃음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날들이 내 삶을 조금씩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 둘의 입시를 어떻게 무엇을 챙겨주었는지를 인식하기 어렵게 그 긴장된 고3이라는 시간을 보냈는데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 주어서 그래도 랭킹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낼 수가 있었다. 나는 하루하루가 버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내 맘 속 깊이 피어나는 조용한 꽃이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는 내 인생에 다시 봄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이고 또 그것에 대한 감사였다.
내 인생에도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은 따스한 봄기운 그리고 그 생명의 기운.. 생기라는 단어를 나는 맘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힘겹게 나 가슴을 내 자신에게 어렵지만 힘껏 열어서 50대의 나를 기다리곤 했다. 40대는 우울증으로 무기력하게 살지만 내 10년 후의 삶을 나는 진정으로 살아보겠노라고 막연한 다짐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언젠가는 내 인생에 피게 될 내 마음의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하며 매일의 고통을 만나곤 했다.
나는 어느 날인가 50대가 되어 있었고 긴 어둠을 탈출해 밝은 햇빛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는 언젠부터인가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고 매일 하루에 한 번 아침엔 로메인과 토마토 채 썬 적양배추와 백양배추를 넣고 때론 향긋한 루꼴라를 넣은 샐러드를 먹으며 식단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아 나는 10년의 어둠이라는 시간을 탈출했다.
가을에도 꽃은 피어난다.
내 맘 깊은 곳에서도 소망이라는 이름의 꽃이 핀다.
잠잠히 땅속 깊은 곳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던 씨앗들이 하늘의 은혜의 햇빛을 받아 하나둘씩 깨어난다.
내 인생의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꽃을 피울 준비를 씨앗은 조용히 천천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땅속의 이름을 시간의 여행이라고 이름 지을 것이다.
하루는 하늘이 인간에게 주신 빛의 선물인 것이다.
평범하고 단순한 하루는 언젠가 내 인생의 노년의 백발에 다시 피울 꽃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