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에 살고 눈빛에 죽는다

by 하비

문득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전 직장에서 내가 한 번씩 까불기도 하며 일터에서 친하게 지낸 분들, 소식도 모르고 연락처가 있어도 연락을 안 할 생각이지만 그분들이 가끔 떠오르는 건 그 당시 은근한 따돌림 속에 있던 내게 보여준 눈빛 때문이다.


그 눈빛이 아니었으면 난 계약기간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고 가시 돋친 체 다혈질과 기분파의 모든 단점을 가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다혈질과 기분파는 내가 가지고 있던 면이기도 하다. 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기에 그 전까진 내가 맞추기보다 내게 맞춰주는 사람들이 익숙했고 처음으로 맞는 단체생활에 이런 내 성격이 후에 겪었던 힘듦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자업자득.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저 내 방어를 조금 해보자면 지금까지도 내가 자신하고 당당할 수 있는 건 바로 남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 속엔 험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리자급에서 팀원의 애로사항들을, 아주 사소한 점까지 들으려 했을 때도 난 도무지 이해를 못했었다.

여기가 초등학교인가 유치원 인가 싶을 정도로 사소하고 소소한 일들을 관리자급은 알아야 했다. 날 제외한 팀원들 대개가 관리자에게 누군가와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했다, 그러니 하비씨도 편하게 얘기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고 그들과 친해지고 난 후 술자리에서도 왜 하비씨는 이런 얘기를 안 해요~~를 물어 여기가 초등학교예요?라고 하기도 했다. 무튼 그만큼 굉장히 서로에게 관심이 많은 곳이었다.

다행인 건 나만 이 성격일 리 없었다.

4분의 1에 속하는 그분들이 있었다. 출근 때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그분들의 눈만 마주쳐도 왠지 내 편이 생긴 것처럼 든든해져 동질감을 느다.


당시 말이 많이 나오던 경로가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분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다가도 서로에 대한 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그런 평범한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은 길었다.

가십의 내용은 오해도 있지만 사실도 있었다.

단지 누군가 내게 물어라도 봤으면 이건 아니에요. 이건 맞아요. 했겠지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나도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죽어도 힘든 티 내나 봐라. 하며 오기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때 평소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던 분들이 출퇴근 때 더 커진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하고 다정한 눈빛을 보내줬다. 혼자 먹는 것이 정말 편해서 먹는대도 굳이 기다려주던 동갑내기 동료부터 중간중간 괜히 한 마디씩 말을 걸어주는 나와 나이 차이 많이 나던 그분들.

아무 말 없이 그분들은 오로지 인사와 눈빛으로 계속 독해지고 독해지는 날 가시 돋친 사람이 되지 않게 제어해줬다. 힘 내. 난 네 편이야. 가 가득히 마음이 담겨있는 눈빛에 이 싸움에서 내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너희를 믿어주는 사람 있어?


그래. 계속 그렇게 말 많이 해라. 똑같이 당할 테니까.

이런 마음으로 난 꽤 오랫동안 그들을 미워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지금은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마음의 '내'가 되어서 그게 가장 좋다. 일단 그 당시의 내 성격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실제로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인데, 역시 가장 큰 건 이미 그분들도 서로 전쟁이 나 안좋게 끝이 났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쌤통던지.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내 눈빛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지?

라고 되뇌어졌다.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일련의 기억들에 양심이 찔려오면

냅다 '누군가에겐 힘이 됐을 거야'라고 편하게 생각해버린다.


사람에 따라 내 눈빛도 달라지겠지만

말은 제어가 가능해 걱정 없어도 눈빛은 그렇지 않기에 걱정이다.

정말 인간쓰레기나 양아치를 볼 때 아니면 좋은 눈빛을 하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보통의 사람들에게, 나처럼 실수도 하고 가끔 잘못도 하는 보통의 평범한 누군가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가족에게

내가 상처 주는 눈빛을 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음이 아려온다.


나도 노력할테니 내가 나쁜 눈빛을 안가질 수 있게 나쁜 사람들이 좀 도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