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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난!

by 강진

현명한 사람은 양쪽 귀를 다 열고 듣고 판단한다는데 나는 한쪽 귀만 열고 들었나 보다. 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양쪽 귀를 열어야 한다. 물론 뭐가 좋고 나쁜지 답은 없지만 귀 기울이다 보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 생각이 바뀌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넓어진 거 같다ㅎ)

세상 변해가는 것도 모른 체 상가투자를 하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 지금 난 가난하다. 가난해지고 있다. 잠시 가난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뭔지 모를 불안으로 마음이 늘 아팠다. 돈을 모았던 그때보다 지금이 덜 불행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끔찍이도 싫어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돈을 모았던 이삼십 대만큼 젊진 안아서 힘은 더 들지만 많은 걸 배워가며 오십이 되어가는 이제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어리석어서 이런 투자를 했다고 다들 비난하거나 안쓰러워들한다. 시간을 되돌리면 좋겠냐 묻는다. 힘들어도 돌아가지 않겠다. 지금 감사하다. 이런 걸 겪지 않았다면 변화는 없었을 거다. 언젠가 겪었을 수도 있는 고생이라 생각하니 지금의 고생이 어쩌면 다행이다 싶다 경험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 원망조차 할 시간이 없을 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그 덕에 내가 변해갈 수 있는 거다. 몇 년째 숨만 쉬어도 삼백이 나가는 공실상가 이자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 아프고 미친 사람처럼 울기도 하고 돼지처럼 먹기만 하기도 하고 잠자는 공주도 아닌데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하고 반나절을 넘게 물집 잡히도록 걷기도 하고 이런 내가 '스트레스 없다 불행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게 쉽지는 않다. 힘들 때마다 부족한 글이어도 한 자 한 자 더 적어보고 책도 읽는 나를 보면 지금 힘듦은 미래의 나를 한발 나아가게 하기 위한 거라 생각하며 잠시 웃을 수 있다. 브런치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미래의 나에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라도 보내주고 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미루지 않고 멈추지 않을 거다. 글을 읽어주는 분들과 브런치로 이끌어준 언니에게 또 한 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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