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멜로가 체질(2019) - 이병헌

by SBOOI

"Here’s looking at you, kid"

카사블랑카에 나온 대산데
우리나라에선 참 멋지게 번역됐지
당신의 눈에 뭐가 보이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깊은 밤, 허름한 고깃집 한쪽 테이블 앞. 은정(전여빈)과 상수(손석구)는 나지막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마침내 잔을 든다. 상수는 눈빛을 숨긴 채 유리잔을 은정의 눈앞으로 가져와, 말 그대로 “짠!” 하고 부딪힌다. 그 순간,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는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잔 너머로 교차하며 재회를 약속하는 짓궂은 축배가 완성된다.

???

이 대사의 뿌리는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영화"라고 불리는 카사블랑카의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의 “Here’s looking at you, kid”이다. 본래 대사에는 전쟁 속 불안과 이별 앞의 다정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보가트는 카메라 밖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장난처럼 건넸고, 그 즉흥을 그대로 촬영에 살린 끝에 영화사의 최고 애잔한 토스트가 탄생했다. “여기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짧은 한마디는, 그저 시선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지켜보겠다는 굳건한 약속이 되었다.

카사블랑카(1949) - 마이클 커티즈

이병헌 감독은 이 문장을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 번안하며, 정서의 온도와 맥락을 2019년의 서른으로 옮겼다. 고전 멜로가 간직한 애틋함을 살리되, 직역이 주는 위트와 반전의 웃음으로 풀어낸 것. 잔을 눈앞에 대는 과감함이야말로, 두 사람이 쌓아 온 감정선을 한 방에 응축해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은정의 사연을 끝까지 들어준 남자가, 고작 한 컷의 행동으로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실로 아름다운 위로”라는 평가가 나왔다. 시청자들은 방송 직후 SNS에 “심쿵 명장면”이라 칭했고, 잔을 든 그 짧은 순간은 작지만 강력한 치유로 남았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수많은 말보다 설렘과 위로를 짧게 압축한다. 과거의 아픔을 대면하고, 서로의 상처를 축배로 덮어 주는 진심 어린 약속. 그 한마디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다시 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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