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교회 못 가는 거지. 뭐 아쉽게 됐네….”

by Joel 훈

훈련소는 군대에서 첫 한 달을 보내는 시간이고, 핸드폰 사용도 제한되고,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에 동기들끼리 더욱 뭉칠 수밖에 없다. 같은 생활관 동기들끼리는 정말 친해진다.


동기들끼리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나누고, 복음도 편하기 전하고 매일 웃고 떠들며 얘기했다. 또한 나는 그 한 달 동안 책 다섯 권을 읽고 매일 운동도 하며, 복음도 편하게 전할 수 있었기에 자기 계발도 신앙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느새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마지막 날이지만 서로 정이 많이 들어있었다. 마지막 날인 만큼 우리는 얘기하며, 롤링 페이퍼를 쓰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나에 대한 롤링페이퍼는 하나의 훈련소 기간의 평가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미지인지, 군대에서의 행실이 어땠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중 일부를 요약해서 적어봤다.(길어서 다 읽을 필요는 없다)



“… 너무 곧은 나무는 부서져 버린답니다”

“..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요. 특이하지만 배울 점이 많았어요”

“.. 사회 실험인 줄 알았어요. 훈님 같은 사람 처음이에요.. 연락해요 “

“남들이 뭐라 해도 꺾이지 않는 모습 멋있고 해보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단 둘이는 대화 못해서 아쉬워요.. 무엇보다 남들이 뭐라 하는 것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훈씨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어..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또 보자”

“사람들은 훈씨를 특이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응원해요..”

“나는 자기 생각에 고집이 있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서 가끔 훈이형을 보면 멋있어 보일 때가 있어, 하지만 고집이 있는 사람이 꺾여야 할 때 꺾는 사람이 가장 멋있어. 훈형 멋있게 성공해..”

“훈씨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은 저에게 귀감이 되었어요. 군대 끝나고 다시 만나요. 살다가 인생이 고단하다 싶으면 연락해요. 힘이 되어 줄게요 “

“훈씨의 주관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저는 그런 게 좀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줬으면 해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자신을 개선한다면 더 멋진 사림이 될 거예요 파이팅! “

“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솔직하게 조금 답답한 면이 있긴 했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답니다…“



롤링페이퍼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나의 특징들이 있다.


“순수하고 맑다”, “고집이 세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답답하다”, “남에 이야기를 들어라”

고집과 신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남 얘기를 아예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고집이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이고 적절한 명분이 있고 다른 사람을 마땅히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신념이라 한다. 나는 고집도 신념도 매우 강한 사람이다.


훈련소에서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걱정했다. 또한 군대 가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걱정했다. 나의 이러한 모습이 군대라는 계급 사회에서 어떻게 비칠 것이냐 하는 것이다.


“ 군대 가서는 너 마음대로 하면 안 돼…”

“ 선임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돼…“

“ 군대 가면 어떡하냐 진짜…“


그런 순간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제 신념을 지킬 것입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할 일들은 해야 합니다. 옳은 일에 대해서 막는다면 저항해야죠.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크게 문제가 있을까요?”


그때는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강하게 견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런 곳을 안 가봤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이런 성향 덕분에 하나님도 담대히 전할 수 있었기도 하다. 하지만 약점은 결국 약점이다. 강점이 있으면 약점이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더 강해진다. 강점이라면 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것, 반대로 약점이라면 고집이 세고 남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것. 나는 고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누가 봐도 고집인 부분까지도 좋은 신념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내용처럼

나는 자대에서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주머니 속 송곳은 역시나 숨길 수 없었다.



군대는 모든 것이 우연한 선택의 순간이다. 훈련소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는 자리에 따라 번호가 붙어지고 생활관이 정해진다. 옆에 우연히 같이 앉은 사람들은 같은 생활관에 동기가 된다. 자대 배치도 그렇다. 면접을 보는 대상도 랜덤으로 결정되고 면접에 떨어지면 난수로 내 자대는 결정된다. 처음이 들어가는 생활관은 내 1년 5개월 동안 같이 보낼 사람들이 결정된다. 아주 지극히 작은 순간들이지만 내 1년 5개월을 결정하는 순간들이다. 확률이지만 그곳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개입하심은 한순간도 빠지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자대 배치, 내 1년 5개월을 결정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전 군수사 본부 면접은 떨어지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탄약창고로 가게 됐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버스를 탔다. 보직은 경계병으로 정해졌으니 위치만이라도 집과 가까운 곳에 배정받아 위로받고 싶었다. 엄마도 나를 하나님이 가장 좋은 부대로 보내주실 거라는 기대를 하셨기에 좋은 소식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천으로 갑니다”


처음 들어보는 장소였다. 버스에 타자마자 검색하자 경상도 영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집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곳이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훈련소에서 3시간 동안 이동해서 갔다. 짐이 너무 무거웠지만 마음은 더 무거웠다. 어디로 가는지 그곳은 어떤 곳일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기대를 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감사보다는 낙심이 되었다. 버스 타고 가면 갈수록 집과 멀어지는 나의 위치를 보면서 낙심이 안될 수 없었다.


훈련소에서 시간을 잘 보냈지만 영적인 공급이 제대로 안 이루어져서 믿음이 약해진 상태였고 마음도 낮아져 있었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 자대로 향해 갔다. 고층 건물은 보이지 않고 완전 시골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또 난수를 돌려 각자 어디 부대로 갈지 결정되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도 나를 인도하셨다.


“선임”이라는 존재는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훈련소에는 선임이 없었기에 자대를 가서야 비로소 “선임”이라는 존재를 깨닫기 되었다.


첫 번째 만남 선임의 첫마디부터 내 자대의 정체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후방이라 부조리가 있다 “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있다. 너는 이등병이니 모든 집합시간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임이 일할 때는 네가 대신해야 한다. 그리고 선임을 볼 때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십시오’라고 인사해야 한다 “


사실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수칙이었지만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체력단련실은 일병 4호봉부터 사용할 수 있다 “


군대에서 운동 하나만큼은 제대로 하려고 한 나였기에 큰 충격을 주는 이야기였다. 일병 4호봉이면 4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1년 6개월 중에 4개월을 체력단련실을 사용 못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는 도서관이 없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다. 군대에서 책 보는 것을 기대했던 나였기에 도서관이 없는 것은 체력단련실 사용 못 하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질문 더 없어? “


“종교행사는 어떻게 진행이 됩니까?”


“종교는 수요일마다 종합을 받아서 수요일 신청하면 돼 “


“저는 기독교인이고 오늘 목요일인데 어떡합니까?”


“교회 못가는 거지 뭐 아쉽데 됐네.. 다음 주부터 가”


충격받은 나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 충격받은 표정에 놀란 선임도 말이 없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저는 살면서 주일예배를 빠진 적이 없습니다. 무조건 가야 합니다”


“안 돼… 이미 종교 수합이 끝났는데”


“안됩니다. 저는 무조건 가야 합니다 “


이렇게 두세 번 대화가 오가자 선임이 조금 당황한 듯 물었다.


“너…. 뭐…. 그… 독실하고 그런 기독교인이야? “


스스로 독실하다고 말하기는 뭐 했지만 교회를 가는 입장으로서 얘기했다.


“음.. 아주 독실하지 않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마침 앞에 한 맞선임(일병)이 일을 하고 있었다.


“야 너 이번 주에 교회가지“


갑자기 상병이 묻자 일병은 대답했다.


“네 갑니다 “


“너 독실해? 너 뭐 그런 거 아니지? “


교회를 몇 번 이상 가면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어서 기독교인이 아니고도 교회를 간다. 그래서 이 질문은 신앙 때문에 교회 무조건 가야 되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네 아닙니다”


“신병이 교회 가야 한다고 하니 너 교회가지 말고 얘 교회가게 해. 괜찮아?”


“옙…..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미 충격을 받을 다로 받은 상태에서 상상도 못 한 상병님의 해결책을 듣자 넋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훈아. 네가 얘 대신 교회 가는 거야 “


아직 자대온지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첫날,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선임한테 아주 죄송한 짓을 해버린 이상한 신병이 된다.



쉽게 꺾이지 않는 사람은 살벌한 곳에 가야 한다. 내가 그렇다. 나는 부족하고 교만하고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나를 하나님은 광야로,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곳으로 부르셨다. 이곳에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교회를 나가는 사람도 현재 우리 중대에서 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자대에 온 지 3주 조금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에 따라 나의 교만한 마음, 오만한 마음은 조금씩 낮아지고 옳지 않았던 생각들, 신념이라 가면을 쓴 고집들, 타인을 업신여겼던 태도들은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속 부딪히고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아쉽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곧 이후에 있을 일들을 글로 공개하기는 어렵다. 계급이 올라가고 나중에는 말할 수 있을 때가 오면 발행하려고 한다.


대신 <대학생의 가슴 뛰는 도전-전도> 시리지를 다시 이어서 발행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상한 군인의 이야기>를 읽고, 응원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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