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 중에 수통 두 개 가져간 썰

“넌 왜 수통이 두 개야”

by Joel 훈

훈련소에서 가장 힘든 훈련은 행군이다. 일반적으로 행군은 20kg의 군장을 메고 20km를 걷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있었던 훈련소는 더운 날씨를 고려해 밤 12시에 5kg의 배낭을 메고 10km를 걸었다.


원래 군장보다 작은 배낭이지만 필수 물품은 들어가 있다. 그중에 수통도 당연히 포함된다. 또한 수통에는 물을 꽉 채워 담아야 한다.


가기 전날이었다.


“우리 어차피 수통 말고 따로 생수랑 포카리스웨트 가져가잖아. 가방도 가볍게 할 겸 수통에 물 빼두자”


대부분의 동기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수통에 있는 물을 바닥에 버렸다.


나는 배낭도 가벼운데 굳이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물이 채워진 채로 배낭에 넣었다. 내 오른쪽 침상에 있는 정현이형은 물을 절반 버리고, 왼쪽에 있는 주현씨는 물을 다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배낭을 메고 운동장에 다 같이 앉아 있었다. 갑자기 멀리서 훈련소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대대장님이 걸어왔다.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으셨다.


대대장님은 소대장이 있는 앞에서 갑자기 훈련병 중 한 명에게 배낭을 열라고 했다. 그러고는 수통을 달라고 하고 한번 수통을 흔들어보셨다.


“이게 물이 다야?”


대대장님은 수통에 있는 물을 땅에 쏟아부으면서 물의 양을 확인했다.


“왜 물을 꽉 안 채웠어”


그러고는 다음 훈련병, 그 옆에 있었던 훈련병의 수통을 같은 방식으로 확인했다. 결과는 같았다. 소대장님은 큰일 났다는 표정이었고 다른 훈련병들도 덩달아 겁을 먹었다. 대부분은 안 채웠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같이 있었던 동료들에게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니까 물을 채웠어야지”


그러고는 배낭 옆 주머니에서 수통을 꺼냈다. 그런데 수통이 가벼웠다. 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어 뭐지… 난 분명히 물을 채워놨는데… 왜 물이 하나도 안 들어있지…?”


양 옆에 있던 정현이형과 주현씨를 바라봤다. 이 중에서 누구 한 명이랑 배낭이 바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 그거 내 수통이다 “


주현씨가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한테는 수통이 없었는지 내 비어있는 수통을 가져갔다. 정현이형이 자기 수통을 확인해 보자, 물이 꽉 들어있었다.


“엇 그게 내 건데..” 정현이형의 수통을 보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형 그게 내 거야 “


근데 정현이형은 물이 꽉 채워져 있음에도 수통을 넘겨주지 않았다.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정현이형과 배낭이 바뀐 게 분명했다. 그리고 주현씨는 왜 내 수통을 가져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멘붕에 빠졌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와 배낭이 바뀌었고 이 셋 중에 누군가는 수통을 안 가져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수통을 빼앗거나 하는 행동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중에 소대장님이 다가와서 물었다.


“너희 수통에 물 있어? 없으면 빨리 정수기에 물 채워와!“


물을 안 채워둔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물을 채우러 막사로 갔다. 수통도 없는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돌아가기 시작했다.


“반드시 주현씨 또는 정현이형 중에 수통을 안 챙겨 온 사람이 있으니 막사로 가서 가져와야겠다 “


혼자 마음속으로 확신하면서 갔다.


문제는 1층으로 가라는 게 소대장님의 말씀이었다. 내 생활관은 3층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1층 정수기에 사람이 몰려서, 2층 3층 정수기로 향해갔고 나도 같이 따라갔다 수통도 없이.


3층에 가자 사람이 많이 정신없는 틈을 타 분대장 몰래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근데 문제는 주현씨, 나, 정현이형 셋 자리에 수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모두 없었다. 관물대 어디를 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2차 멘붕이었다.


”분명히 수통이 없을 리가 없는데…“


혼자 중얼거렸다. 근데 없는 것은 없는 것이었고 수통을 찾는 것이 내 일이었다. 생활관에 다행히도 빈 관물대가 있어서 수통 또한 하나가 있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바로 물을 채우러 갔다. 그런데 문제는 수통 뚜껑이 망가져 있어 물이 다 새는 것이었다. 겨우 찾는 수통에 뚜껑이 망가진 것이었다. 3차 멘붕이었다.


정수기 앞에서 뚜껑이 망가진 수통을 들고 기다리는데 멀리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팔을 다쳐서 행군 열외를 하는 훈련병이었다. 나에겐 천사처럼 보였다.


”제가 수통이 망가져서 그런데 한 번만 수통을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내일 바로 드릴게요 “


“네 “


잠자다가 화장실을 나온 그 열외 훈련병은 흔쾌히 허락해 줬다


타인의 수통을 빌리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해서 수통에 물을 채워 가져왔다.


옆 주머니가 아닌 배낭을 열어서 수통을 넣으려고 하자 배낭 안에는 절반만 물이 채워진 수통이 들어있었다. 4차 멘붕이었다.


“아뿔싸…. “


나중에 같이 얘기해 보고 알았다. 나는 정현이 형과 배낭이 바뀌었고 주현씨가 자기 수통을 정현이형과 바뀐 내 배낭 옆 주머니에 실수로 집어넣은 것이었다. 따라서 내가 갖고 있는 정현이형 배낭 옆 주머니에는 주현씨의 빈 수통이, 정현이형 배낭 지퍼 안에는 절반 채워진 정현이형의 원래 수통이 있었건 것이다.


내 배낭: 꽉 채워진 수통 => 정현이형이 들고 있음

정현형 배낭: 절반 채워진 수통 + 빈 수통 => 내가 들고 있음

주현씨 배낭: 수통 x => 주현씨가 들고 있음


근데 그 순간 소대장님이 물이 꽉 채워져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 그러고는 내 배낭을 확인해 보니 수통이 두 개였다.


“너 왜 수통이 두개야”


나는 매우 당황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임기응변으로 얘기했다.


“저랑 정현이형과 배낭이 바뀌었습니다”


바뀌었다 해도 소대장님이 보기에 수통이 두 개 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고 당연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옆에서 정현이형도 뭐라 얘기했는데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그 순간 중대장님이 다가왔다. 중대장님은 대대장님한테 혼났던 터라 그냥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넘어가라 했다. 소대장님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임에도 중대장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나갔다.


한 5분 후에 소대장님이 갑자기 와성 정현이형과 나한테 말했다.


“너희 둘 중에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근처에 있었던 훈련병들의 눈은 다 우리 둘에게 쏠렸다. 그리고 손을 들며 일어서서 나는 얘기했다.


”제가 설명해 보겠습니다….. 음…. 그게 정현이형과 저는 배낭이 바뀌었습니다… 음…… 근데 착각을 하고 빈관물대에 있는 수통을 가져왔습니다. “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다른 사람 수통을 가져왔다는 얘기를 하면 큰일 날게 뻔했다.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한 소대장님은 대답했다


“너희 둘 나와봐! “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몇 대화가 오갔지만 소대장님은 혼내다가 이해하기를 포기하셨는지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둘 다 들어가라고 했다.


군장을 바뀌었지만 제대로 확인 못한 정현이형과 내 실수, 자기 수통을 다른 사람 배낭에다 넣은 주현씨의 실수 모두 책임이 있었다.


그렇지만 살겠다고 배낭이 바뀐 것을 앎에도 수통을 안 준 정현이형에게 서운했다.



어두운 밤, 가로등이 작은 빛을 비추고 있었다. 행군하는 산에는 시끄러운 곤충들의 소리, 군화가 땅과 부딪히는 소리, 내쉬는 훈련병들의 숨소리는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서운한 감정을 가진 나에게 정현이형은 계속 말을 걸었다. 나는 잘 대답하지 않았고 정현이형은 미안해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 실수도 있었던 터라 나 또한 뭐라 할 상황은 아니었다.


“훈씨 아까는 미안했어”


정현이형이 얘기했다.


“괜찮아요”


터벅터벅 걸어갔다.


행군이 끝난 이후 정황을 이해하자 주현씨, 나, 정현이형은 서로 사과하며 웃으면서 얘기했다.


이외에도 사격을 두 번 해야 하는데 네 발을 쏜 썰, 다 주사를 맞는데 주사를 안 맞은 썰, 훈련 중 뭐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나서서 했다가 많은 사람이 웃은 썰, 다양하지만 그중에 제일가는 썰은 역시 수통썰이다.


다음 주에는 훈련소에 마지막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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