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자친구를 한 번도 안 사귀어봤다고? “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훈련소에서 있었던 재밌는 사건들, 흔히 폐급(?)이라고 불렸던 일들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편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독자분들이 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벌써부터 약간 걱정이 된다 ㅎㅎ)
필자는 이상한 군인이지만 군대도 이상한 사회다. 모두가 공통 규칙을 통해 통제되고, 왜 그런 법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대부분은 군대에서 ‘왜’라는 질문을 꺼내지도 않고 꺼내고 싶어 하지도 않아 마음 깊은 곳에 넣어두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도 않고 넣지도 않았다. 훈련병 무리와 나는 그 점에서 조금 달랐다. 물론 내가 맞을 때도, 훈련병 무리가 맞을 때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아주 간단한 줄 서기에서도 적용된다.
32사단은 풀무원 식당 업체에서 음식을 배부한다. 훈련병이 245명이기에 줄은 길고 줄은 두줄로 설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모두가 한 줄로 선다. 한 줄은 비어있다. 줄 뒤에 선 훈련병들은 모두가 줄을 섰으니 새로운 줄을 갈 용기가 없는 걸까, 아니 한 줄로 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저 눈치만 보고 줄을 서는 무리들을 보는 나는 이상함을 감지했고 두 줄인 게 분명하고 줄을 서고 싶지 않기에 나는 바로 혼자서 걸어갔다. 처음에는 다들 나를 쳐다봤지만 동시에 내 뒤로 하나둘씩 따라붙는다. 내 뒤에 여러 훈련병들이 뒤 따라 나온다. 그렇게 나는 새치기는 아니지만 새치기 비슷한 것을 하는 눈에 띄는 훈련병이 됐다.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훈련병들이 두 줄로 서도 된다고 생각하고 설까? 아니다. 또 한 줄로 선다. 군중 속에 있으면 모두가 이유도 모른 채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또다시 나는 내 길을 갔다. 그렇게 많은 날이 반복되자 몇몇 깨닫는 사람들은 나처럼 질주를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좀 빠르게 걸어가는 습관이 있어 새치기를 했다. 나는 몰랐지만 동기들이 알려줘서 사과했다. 그 이후부터는 천천히 갔다.
나는 훈련소에 들어간 지 이틀차부터 운동을 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동기들도 나에게 운동하는 것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특이하게 바라봤다.
한 번은 생활관에서 너무 더워 상의 탈의를 한 채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했다. 몇몇 사람들이 옷을 입으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입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른 생활관에서 몇몇 사람들이 나처럼 상의탈의를 한 채 운동을 했다. 그것을 봤는지 우리 생활관에서도 상의 탈의를 한 채 몇몇 동기들이 운동을 했다. 그때는 나한테 뭐라고 했던 사람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또한 며칠 이후부터 한두 명씩 나를 따라 운동을 했다.
남들이 안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눈에 띄고 특이하게 보이며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남들이 한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건 예외가 아니다. 항상 나는 스스로에게 ‘왜’를 물었고 합당하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 있게 말했고 행동했다.
요즘은 군대가 좋은 건지, 내가 있었던 32사단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루 평균 두 시간 정도 TV를 볼 수 있게 해 주고, 주말에는 거의 하루 종일 TV를 켜둔다.
모두가 TV를 보며 웃고 떠들데 나는 TV를 보지 않았다. 단 5초도 보지 않았다. 나는 보통 책만 읽었다. 동기들은 나에게 자주 이야기했다.
“TV를 봐야 좀 사회를 알지 책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어 “
당연한 이야기다. TV는 시각과 청각 정보를 결합한, 텍스트로만 되어 있는 책과는 다르다. 어떤 연예인이 유행인지, 요즘 어떤 걸그룹이 유명한지, 특정 드라마를 같이 공감하면서 느껴지는 정서도 TV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TV를 보거나, 모두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답은 없다. 각자가 생각하는 신념대로, 좋은 데로 살면 좋다. 나도 TV를 나쁘다고, 걸그룹이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몇몇 동기들은 나한테 TV를 보고, 걸그룹을 보자가 한다. 물론 그 말들에 꺾이지 않고, 끝까지 안 봤다. 왜 걸그룹을 보는가? 나의 인생 속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참고로 책을 쉬는 시간마다 봐서 훈련소에서 5권의 책을 읽었다.
“훈님은 진짜 혼전 순결이에요? 진짜 한 번도 안 해봤어요? “
“진짜 여자친구를 한 번도 안 사귀어봤어?”
이외에도 질문이 많지만 수위를 고려해 여기까지만 하겠다. 남자들만 모인 곳이 군대라 이곳에서는 많은 음담패설이 많이 오갔다. 이들은 나한테 자주 묻는다.
“훈씨는 아직까지 여자 친구 왜 못 사귀었어?”
“못 사귄 게 아니라 안 사귄 거고, 나는 25살까지도 안 사귈 계획이야 “
나는 자신 있게 얘기했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안 돼. 남자는 젊었을 때 사귀어야 돼”
또 한 사람은 옆에서 이야기한다.
“안 사귀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못 사귄 거겠지”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며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성의 관한 이야기기 만큼이나마 동기들의 생각이 충격적인 것은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여자랑 있었던 일들을 아무렇지 이야기하고, 여자친구 사귄 것을 자신의 뛰어난 능력처럼 이야기한다.
이성은 어디를 가도 핫한 주제이지만 군대에서는 유독 핫한 주제다. 나는 그곳에서도 내 신념과 생각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밝혔다.
그들은 왜 여자친구를 일찍 사귀면 지키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왜 세상에서는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면 자기의 생각보다는 주변에서 다 그렇게 한다고, 그냥 그게 좋은 거라고 이야기한다.
아주 간단하게 이성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결혼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내가 말하는 의도는 결혼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즐기기 위해서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빨리 여자친구를 사귀면 다양한 사람을 못 만날 것이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사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훈련소 마지막 날, 훈련병의 밤이라는 행사가 있다. 훈련병들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다.
무대 앞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훈련병의 밤을 신청했다. 원래 하고 싶은 노래는 ‘실로암’이었다. 실로암은 군대 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라 해도 무방하다. 기독교인이 아닌 군인들도 한 번쯤은 불러본 노래다. 신나는 노래다.
세상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의 의미가 어떤 신념이 담겼던 자신 있게 부른다. 게다가 몇몇 훈련병들은 상의를 올려 가슴만 가리고 선글라스를 낀 채 걸그룹 노래를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신나는 노래, 실로암을 부르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생각했다.
동기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동기들은 나를 말렸고, 기독교인인 한 사람도 나를 말렸다. 그때는 나도 생각하기를 찬양은 좀 그럴 수 있다 생각해서 ‘나는 나비’를 불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실로암을 불렀으면 훨씬 재밌고 즐거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렀어도 아무 상관없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무반주로 성악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때 실로암을 부르지 않은 것은 훈련소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다.
군대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자신을 돌아봤다. 분명히 고쳐야 할 태도와 바꿔야 할 생각들이 있었다.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필자는 04년생이고, 아직 부족한게 많다. 더욱 앞으로 고쳐나갈 것이다. 독자분들도 기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