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있는 군인이 되고 싶다

“형 이거 한번 읽어줘도 돼요?”

by Joel 훈

그토록 안 올 것 같았던 입소식이 다가왔고 입대를 하게 됐다. 32사단 백룡신병교육대대 25-10기로 새로운 사회에 들어가게 된다.


입소식이 끝난 다음날, 보급품을 받으러 갔다. 태양은 뜨거워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전투복, 패딩, 신발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식당에서 하나씩 다 입어봐야 했다. 식당은 밖에 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더웠다. 찝찝한 상태 그 자체였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생활관에 들어갔다. 생활관 동기들은 모두 지쳐 보였고 시간이 너무 느려 힘들어 보였다. 아무도 대화를 하지 않고 조용했다. 하지만 나는 즐기고 있었다.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고 핸드폰이 없어서 신경 쓸 일도 없었다. 누군가는 자유를 속박받았다고 느끼지만 나는 또 다른 자유를 얻은 것 같았다.


생활관에 동기들과 같이 있다 보니 입이 너무 간지러웠다. 복음도 어차피 전해야 하니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걸었다.


“혹시 이름과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네, 02년생 박정연(가명)입니다”


“저는 04년생 고훈입니다”


이후 정민형이랑 말을 트게 됐고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조용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풀렸다. 어차피 계속 같이 있으니 전도는 천천히 하자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같이 있다 보니 전도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진 분위기를 타 정현이 형한테 더 포를 보여줬다.


“형 이거 한번 읽어줘도 돼요?”


“이게 뭐예요?”


“저는 예수님 믿는 사람인데 대학교에서 읽어주는 전도지예요”


“뭐 그래요”


그래서 읽어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정현이 형이 말했다.


“여기 다른 사람한테도 같이 읽어줘요”


그러고는 맞은편에 있는 승헌형이 다가오면서 말했다.


“저도 같이 듣고 싶어요. 종교에 관심이 있어요”


정현형과 승헌형은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다. 둘 다 미국에서 왔고 외국 여자친구가 모두 기독교인이다.


둘이 붙자 다른 사람들도 같이 모였다. 누군가는 종교얘기를 하는 게 싫을 것 같아 몇 명한테만 하겠다고 했지만 다 같이 들어도 된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생활관 16명 중 나 포함 두 명만 기독교인이었지만 입대 이틀째에 전도지를 읽어주었다. 생각보다 쉽게 읽어주었고 어떤 방해도 없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으리라.


좀 익숙해진 분위기에 운동도 해도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모두가 앉아서 쉴 때 나는 운동을 하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이상한 사람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그날 밤 누웠다. 밤은 어두웠지만 생활관 내에 취침등은 밝았다. 익숙치 않은 취침등은 내 마음도 밝히는 듯했다. 이틀이 지났지만 너무 평안했고 즐거웠다. 무릎 꿇고 기도하면 다름 사람의 취침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누워서 기도하며 마음속으로 조고 조곤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는 누워서 생각했다.


이상한 군인이 아니라

신념이 있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

눈치 보느라 세월을 낭비하며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벌써부터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이후에 남은 시간 군대 잘 보내야 할 텐데…


신념 있는 군인, 아니 패급전사 군인 아니 나도 모르겠다. 입대한 지 이틀밖에 안됐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이후 더욱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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