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당 복사기 앞에서 얻은 복사지에 쓰여있던 전화번호와 주소를 잘 보관하고 나는 복사기에 내가 바이마르 대학에서 9월까지 있을 수 있게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FrauSauer 가 준 서류들을 복사하고는 외국인 체류 사무실로 향했다.
아무 문제 없이 비자를 9월까지 연장해서 드디어 나는 합법적으로 바이마르에 머무르며 공부할 수 있는 대학생이 되었다.
작은 나의 다락방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대학생 공동생활 주거지를 찾아 독일의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친절한 로레나 아주머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대학생이니 대학생들이 있는 곳에 같이 있으면서 이 나라의 젊은 지성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젊음을 보내는지 알고 싶었다.
이때 나의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문을 열어보니 홀거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안녕, 무슨 일이야?
- 너한테 전할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서.. 네 다락방 옆방에 미국에서 연구생으로 바이마르 대학에 오는 한 연구생이 3개월 있을 예정이야. 그리고 철도길 앞에 베트남 요릿집이 새로 생겼는데 나랑 같이 가서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설명해 줄래? 그럼 내가 저녁을 살게-
나는 남자들이 공짜로 밥을 사준다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 여자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밥을 얻어 먹으면 그 대가를 꼭 갚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그냥 같이 밥만 먹고 "안녕"을 선언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극히 드물다.
여자 혼자 이렇게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 많은 남자들이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사실은 이상할 것도 없다.
먼 지구의 반대 방행에서 갑자기 외계인처럼 나타난 여자아이, 그것도 자신의 언어를 잘할 수 있는 젊은 여자가 자신의 집에 하숙하고 있으면 어떤 문화에서든 이 여자를 좀 더 알아보고 싶어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특히 유럽은 남녀가 함께 성관계를 갖는 것이 손 잡았다 놓는 것보다도 더 쉬운 일이다.
인간의 식욕처럼 성욕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로 받아들이는 개방된 사회, 특히 독일은 여권이 발달해 있어서 대부분 여자들이 성관계를 원하면 자연스럽게 그냥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어떤 남자든 식사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하며 "같이 먹고 싶다"라는 본능적 욕구를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해석을 해서 나는 너와의 식사를 너와의 성관계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 또는 그렇게 대가를 받고 싶다라고 해석한다
이제까지 살아보니 이 세상엔 정말로 공짜는 없다.
이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인생은 모든 것이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해서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 것 같다.
가끔 공짜로 모든 일들이 성사되고 공짜로 물질들이 생기고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이런 것은 축복이고 기적이다.
축복과 기적을 알아차리려면 일상의 인간사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짜는 없다.
나는 홀거에게 말했다.
" 고마워, 그럼 같이 새로 생긴 식당에 가자. 하지만 각자 자신이 먹은 것을 내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내가 아시아 음식을 설명해 줄 테니 너는 독일 사회 특히 이곳 바이마르에 대해 더 말해줘"
딜 (deal)이 형성됐고 둘 다 얻는 이득과 주어야 할 것들이 평등하게 형성됐다.
이렇게 해야 나는 마음이 편하다.
홀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Alles Klar ( o, k,) 그럼 오늘 저녁에 베트남 식당에서 만나."
홀거가 나무 계단을 삐걱 거리며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 집에서 나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여자고 남자고 이렇게 먼 곳에서 혼자 살면 많은 보호장치를 잃는다.
우리는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의 정체성을 느끼게 해 주고 우리의 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
혼자 독일의 땅에 뚝 떨어져 버린 나는 이런 집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