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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17. 2024

선로를 걷는 고양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위험 속에 산다

 어느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며 폰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저를 부르더니 선로를 가리켰습니다.

 “자기야,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어.”


 부평역은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어 역 주위 200미터 반경은 출입구가 없습니다.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 시간이라 평소보다 지하철이 많이 들어오는데, 고양이가 걱정되었습니다.


 ‘비상문을 개폐할 순 있나?’

 ‘선로에 내려가서 고양이를 선로 밖으로 올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까?’

 ‘지하철 역사 관리에 신고를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데, 고양이는 유유히 자신의 갈 길을 갑니다. 심지어 지하철이 들어오는 방향과 반대로 걸어갑니다. 검은색의 고양이라 지하철에서 보일리도 만무하고, 설사 본다고 해도 멈추거나, 우회할 수도 없습니다. 무사히 선로를 빠져나갔는지 안내 방송이 나오거나 지하철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로드 킬을 당하는 고양이들도 있어 안 그래도 험난한 길냥이에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선로를 걷는 고양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선로를 걷던 고양이는 큰 위험에 빠졌었다는 걸 알까요?


 선로를 벗어나 지하철의 움직일 때 나는 굉음을 듣고, 다신 근처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고양이 용품 사이트에서 온 카톡

 알 수 없는 위험은 공포를 가져옵니다. 요즘 많은 고양이들이 원인불명의 신경/근육병증으로 수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 보니, 고양이의 연령, 품종 등 공통분모를 찾다가 H사의 사료를 다수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집사들 중 상당수가 H사 사료를 불매하고, 현재 이용하고 있는 사료는 괜찮은지 문의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불안 심리로 여러 집사들이 동요하는 것은 십분 공감이 됩니다. 반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고,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니, 몸무게의 변화나 배변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금 상황이 선로를 걷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서 선로를 벗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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