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일지(9)

껌딱지 시엘

by 진이랑

회사의 전산 상으로는 연차, 실질적인 퇴사 첫날입니다. 모처럼의 휴가이고 예상된 휴가였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아내는 근무 중이고 혼자 쉬는 거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쉬고 있습니다.


전날 모기가 극성이라 잠을 설치는 와중에 시엘이가 낮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새벽에 3번이나 깨웠습니다. 원인 제공은 물론 제가 했습니다. 저녁에 간식을 챙겨주고 귀 청소를 했는데 시엘이가 귀 청소하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다가 지친 모습에 츄르까지 챙겨주었습니다.


자기 전에 저녁을 챙겨주는데 저녁까지 챙겨 주면 대부분 남길 것 같아서 패스했습니다. 아내는 걱정이 되었는지 챙겨주고 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처럼 새벽 1시에 시엘이가 배고프다고 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1시에 오면 주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잤습니다.


아내의 예견처럼 시엘이가 가슴 위로 올라왔습니다. 쓰다듬어 주며 눈을 떠보니 새벽 1시였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밥을 챙겨주었습니다. 다시 눈을 붙였는데 모기가 극성이라 불을 켜고 잡았습니다. 그때가 하필 새벽 3시였는데 방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눕자마자 시엘이가 올라와서 고롱고롱 소리를 냅니다. 만지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시 시엘이의 기척을 느끼고 깨보니 5시 반이었습니다. 정말 시계를 볼 줄 아는 건 아닌지 정확하게 깨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내가 7시에 출근할 때까지 이불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내를 배웅하고 정신을 차리고 빨래를 돌리고 아침을 챙겨 먹었습니다. 설거지를 간단히 한 다음 시엘이와 놀았는데 시엘이는 새벽 내내 놀아서 아침부터 졸기 시작했니다. 새벽에 잠을 깨운 시엘이가 얄미워서 잠을 못 자게 하고 놀자고 하고 싶었지만 집사이니 참았습니다.


자는 걸 보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았는데 침대에서 자던 시엘이가 자연스레 소파 위로 올라와서 잠을 청합니다. 티브이만 보고 있다가 하루가 가는 건 왠지 아까워서 책을 볼 겸 침실로 갔습니다. 어느새 시엘이가 눈치를 채고 침대로 올라와서 잠을 잡니다. 책을 보다가 물을 가지러 거실로 나갔더니 자다가 말고 거실에 나와서 저를 빤히 바라봅니다.


나온 김에 시엘이 간식을 주고 다시 침실로 돌아갔습니다. 간식을 먹자마자 다시 침대로 오더니 배를 깔고 누워 버립니다. 낮에는 잠만 자면서 갑자기 집에 있는 집사가 반가웠는지 졸졸 따라다니면서 잠을 잡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보고 저녁에 퇴근해서 보니 시엘이가 고양이치고 잠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습니다. 이러니 새벽에 쌩쌩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만 있을 순 없어 시엘이 잘 때 슬며시 공원에서 거닐다가 들어왔습니다. 퇴근하면서 시엘이를 부르면 “냥”하는 소리를 내며 반겨줍니다. 들어오며 동영상을 촬영할 준비를 하고 시엘이를 불렀습니다. 계속 잠만 자다가 일어났는지 거실에서 엎드린 채 저를 맞이했습니다. 멍석을 깔아주면 안 하는구나 하고 다소 실망한 채 침실로 향했습니다. 시엘이는 따라와서 잠이 들었고 저도 어느샌가 낮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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