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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드레 Sep 02. 2021

네? 이런 것도 '메타버스'라구요?

[책을 읽고, 생각을 잇고]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며칠 전 국내 게임회사 '펄어비스'에서 공개한 제작 중인 게임, '도깨비(DokeV)'의 트레일러 영상을 봤습니다. 도깨비의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인 중세 판타지 배경에 과금요소가 덕지덕지 붙은 양산형 한국형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게임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한국적 배경에 유려하면서도 산뜻한 그래픽, 그리고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게임 도깨비는, 양산형 한국 게임에 지쳐있던 게임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고, 주식 시장에서도 화답하듯 영상 발매일 펄어비스의 주가는 장중 27.71%까지도 치솟았습니다. 게임에 대한 기대와 함께 '메타버스'라는 테마에 올라타고서 말이죠.

펄어비스, '도깨비(DokeV)' 트레일러 영상_(사진 출처 : 펄어비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통칭하는 개념이라 합니다. 메타버스라 하면 개념적으로 막연하고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메타버스를 표방한 네이버Z의 '제페토'는 '21년 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벌써 2억명을 돌파했고, 페이스북은 VR 단말기 업체인 '오큘러스'와 VR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활용하여 페이스북을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게임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의 게임업체들 또한 자신들의 게임을 메타버스 플랫폼화 시키기 위해 다분히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막연하기만 한 '메타버스'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그냥 단순히 아바타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여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이 메타버스인가?', '그렇다면 기존의 게임과 메타버스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뛰어난 그래픽의 도깨비 게임 영상을 보니, 게임사가 메타버스를 한다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등의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보고자, 김상균 교수가 집필한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읽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Z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_(사진 출처 : 제페토)




   어쩌면 우리는 이미 개념적으로 메타버스 세계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총 4가지 범주로 분류합니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그리고 가상현실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4가지 범주에 속하는 모든 수단들은 메타버스의 세계에 포함된다 합니다. 우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세계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우리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합하여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증강현실을 뜻하는 영단어의 대문자만 따서 'AR'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만을 의미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는 구분되는 개념이죠.


2017년 초 발매되었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직접 발품을 팔아 게임 상 포켓몬이 있는 위치(현실 공간)에 도착하여 핸드폰 화면을 들이대면,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핸드폰 화면 상에는 포켓몬이 선명하게 나타나던 게임.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전례없던 게임 방식에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한 마리 더 잡고자 그렇게도 산책을 다니곤 했었죠.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이 유희적 측면으로 적용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 고_(사진 출처 : 나이언틱)

게임과 같은 정신적 즐거움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은 업무에 있어서도 실제적 편의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바로 증강현실이 만들어 낸 '스마트 팩토리' 방식을 통해서 말이죠. 증강현실은 제조현장, 공장의 환경까지 변화시키며 스마트 팩토리를 현실화 시키고 있습니다. 증강현실이 적용된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은 실물 위에 겹쳐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작업 진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눈에 직접 보이는 증강현실을 통한 매뉴얼대로 작업이 진행되기에 작업 과정상 오류의 최소화와 품질의 향상을 동시에 이뤄내며, 리드타임 개선은 물론 각종 사고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에어버스(Airbus)에서는 '미라(MiRA)'라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통해 제작중인 항공기의 모든 정보를 엔지니어들에게 3차원으로 제공하고 있고, 보잉(Boeing)은 항공기 배선작업 공정에 증강현실을 적용하여 작업시간 단축 및 작업 오류 비율 0%의 효과를 얻어내기도 했죠.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일수록 증강현실을 통한 업무 방식은 빛을 발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 세계로,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모든 활동들을 라이프로깅이라 부릅니다. 이미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메타버스 세상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터리 등의 모든 SNS 수단이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포함됩니다. 아날로그적으로는 우리가 어릴 적 많이 쓰곤 했던 일기 역시 대표적인 라이프로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SNS) 로고_(사진 출처 : 조선비즈)

이러한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특징은 '보여주고 싶은 나'만 취사 선택하여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를 드러내기에도 적합한 공간이죠. 또한 관계적 측면에서 '통제권'을 쥐고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타인과 어울릴 때 종종 만나기 싫은 사람과도 어울려야 하고, 듣기 싫은 말들도 참고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죠.


하지만 이러한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는 내가 보기 싫은 사람은 친구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고, 심지어 차단시킬 수 있기까지 합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만 추려서 현실의 나와는 다른 '페르소나'로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고, 피곤한 관계는 스스로 단절시킬 수도 있는 공간. 이처럼 개인에게 매력적인 공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SNS를 인생의 낭비라 여기면서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거울 세계'입니다.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디지털 공간으로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일컫는 말이죠. 이는 보통 현실 세계에 효율성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구글 어스 및 구글 지도, 네이버 맵 등과 같은 서비스들이 거울 세계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런 지도 플랫폼을 바탕으로 확장되는 방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요리 안 하는 식당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들 역시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 현실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큰 노력 없이 메타버스 상에서 원하는 정보(수단)를 선택할 수 있다는 효율성, 그리고 근처만이 아닌 보다 넓은 지역을 관망하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기에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요즘 들어 지도 플랫폼을 바탕으로 당근마켓을 비롯한 각종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거울세계 메타버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마인크래프트에서 진행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_(사진 출처 : 청와대 유튜브)

그 외에도 현실세계의 모습을 게임 세계에 그대로 구현시킬 수 있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언택트 세상에서 모두의 교실이 된 'Zoom' 또한 현실의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는 점에서 거울세계 메타버스의 조건에 부합한다 볼 수 있습니다. 즉 현실의 모습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 이용자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건, 거울 세계 메타버스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네 번째는 '가상 현실' 세계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신세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인 것이죠. 쉽게 이해하자면 우리가 즐기는 모든 종류의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리니지', '디아블로', '포트나이트', 혹은 요즘 전 세계적 유행이라는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의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형태이건 간에 많은 이들이 함께 가상 현실 세계에 모여서 탐험을 즐기고, 소통을 나누며, 성취를 공유할 수만 있다면 모두 가상 현실의 조건에 부합하긴 합니다.

가상현실을 구현한 게임 '로블록스'_(사진 출처 : 로블록스)

하지만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을 모두 '메타버스'라 한다면, 기존의 게임과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과는 대체 무슨 차별점이 있는 것일까요?.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 상에서의 관계란 이용자와 게임사, 즉 N:1의 관계였습니다. 게임사가 어떠한 사항을 업데이트하면 이용자들은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죠. 하지만 게임의 메타버스화가 진행되면서 향후 이용자와 이용자, 즉 N:N의 관계를 지향해 나가지 않을까요? 이용자들이 게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가상현실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게임사는 큰 틀에서 메타버스 세계를 감독하는 역할만 담당하면서 말이죠.


여기에서의 이용자는 꼭 '게임을 하는 이'에 국한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게임 속에서 물품을 판매하기 위한 회사와 같이, 게임 개발사를 제외한 모두가 이용자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겠죠. 실제로 로블록스에서 구찌의 디지털 핸드백이 4,115달러에 팔렸다 하니, 가상현실에서의 이용자는 정의하기 나름이고, 가상 현실에서의 생태계 역시 조성해 나가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로블록스에서 4,115 달러에 팔린 구찌 디지털 핸드백_(사진 출처 : 로블록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타버스의 개념은 이렇게 크게 4가지입니다. 읽고 나니 더 혼란스러워 지더군요. 메타버스란 광의적으로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사실 끼워 맞추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타버스 역시 결국은 플랫폼의 일종이니까요.


이러한 메타버스의 플랫폼적 특성과 관련하여, 저자는 몇 개의 기업들을 예시로 들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메타버스의 활용 방안을 제안합니다. 메타버스 풍 온라인 게임에서 현실 기업들의 광고판을 넣어 보자거나, 제약 회사의 메타버스 안에 디지털 실험실을 오픈하여 일반인들이 제약회사에서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아주 작은 부분에라도 참여하게 해 주자거나, 카카오와 같이 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기업들이 (개인의 동의를 얻어) 사용자들의 자서전을 대신 써 주자거나 하는 식의 흥미로운 제안들 말이죠.


어쩌면 지금의 메타버스라는 것은 어떤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이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들을 어떤 형식으로 새로이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주관적 영역'에 좀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VR 고글을 끼고 온 몸을 감싸는 특별한 수트와 장갑을 착용한 채, 가상현실 ‘오아시스’ 속 세상을 현실 세계마냥 오감으로 체험하며 활보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력이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의 메타버스는 아직까지는 기술적 이성보다는 '감성'에 좀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

개인적으로 지금의 메타버스란, '현실과 가상이 어느 정도는 이어졌고, 이걸 있어 보이게 포장해 보자'는 정도의 발전 초기단계에 위치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인간의 감성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투자를 받아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요.




  '도깨비'라는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서, 가상의 가치를 탐색하고자 읽은 책 '메타버스'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하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메타버스가 발전한다고 해서 현실의 중요성이 낮아질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는 것. 결국 메타버스라는 것은 우리의 삶, 그리고 사람들 간 관계적 측면을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발전된 개념인 까닭입니다.


물론 지금의 비트코인과 같이,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화폐적 가치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메타버스 안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 새로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온전히 발 딛고 살아야 할 공간은 결국 현실세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도피처로 택한 공간으로서의 '가상현실'이 종종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영화나 문학 등에서 그려지는 것을 보면, 역시 메타버스는 수단일 뿐이고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과거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경고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 확정된 개념이 없는 메타버스. 앞서 저자가 소개한 4가지 메타버스 범주에 속하는 여러 메타버스적 수단들에 직접 적응해 보고 그것들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접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확장되어 갈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우리들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메타버스 세계에 정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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