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이상하리만치 뭔가 취미라 부를만한것이 없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독서나 영화감상같이 뭔가 고상해 보이는 것들을 당시엔 취미라 자신있게 말하곤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것들을 취미라고 할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책읽기나 영화관 방문을 지금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야구라던가 축구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게임은 이제 3개월 이상 흥미를 끄는 게임을 찾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음악을 하는것도 아니야, 운동을 즐기는것도 아니야... 원체 제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없다보니 '나는 도대체 어디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거지?'하는 물음이 마음속 저 깊은곳에서부터 올라오더군요.
건물 옥상정원에서 담은 황금빛 뭉게구름
물론 지금이야 유튜브보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등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취미라고도 많이 말하곤 합니다만, 이상하게도 제가 생각하는 '취미'란 삶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과도 같은 뭔가 거창한 것이었죠. 그래서 제 삶은 따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진적도 많았습니다. 무료함과 압박감이 함께하며 굴러가는 직장생활의 수레바퀴 속에서, 점점 공허해져가는 삶을 다잡기 위해서도 뭔가 돌파구는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죠. 뭐 꼭 거창한 것은 아닐지라도요. 허전하다 생각되는 저 자신의 삶을 채우는 어떠한 방법을 찾고 싶었달까요?
한강변에서 담은, 해질녘 여의도의 보랏빛 노을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평소의 삶에서 나는 어떤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 답은 생각외로 쉽게 나오더군요. 길을 걷다가도, 여행을 가서도, 뭔가 눈에 담고 싶은것이 보인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폰을 꺼내 가만히 서서 이것 저것 사진을 찍어대는 자신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참 오래된 습관인데, 이거 하나 떠올리는 데 뭐가 이리 오래도 걸렸을까요? 그래서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을 저의 취미생활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러버덕과 오리가족, 어느 아침 석촌호수에서 한 장
이렇게 한번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행동이 편해지더군요. 야외활동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던 제가 미세먼지만 없으면 집을 나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혼자서라도 잘 찾아가게 되는 변화를 보게 되니, 이런 고민을 진작에 할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당장 카메라를 사거나, 사진 기법을 배워보고 싶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그렇게 접근을 하기 시작하면 이게 또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부담감을 가져 조금은 멀리하게 될 것 같았거든요. 안 그래도 편하게 잘 하고 있는 소소한 취미생활을, 거창한 방식의 접근으로 인해 방해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 대단한 기법도 없고 큰 보정도 없는 제가 찍은 한낱 폰 사진은, SNS상에서 많이 보이는 대단한 선생님들의 작품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뭐 어떤가요. 그냥 원하는 것을 눈에 담고, 눈에 담은 풍경을 사진으로 옮길 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거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사진 장비나 기법등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려 합니다.
봄비 내린 후 서울숲, 싱그러운 나무들에 또 한 장
그간 이래저래 찍은 사진들을 함께 올려보고 있습니다. 뭔가 아쉬운 부분도 많고, 좋아 보이는 순간들을 담기에 급급했기에 어설픈 부분들도 많지 싶습니다. 그런데 뭐 어디에 이 사진들을 출품을 할 것도 아니고, 소소한 취미생활로 폰으로 담은 풍경에 만족하는만큼, 그냥 취미에 대한 제 고민을 털어놓음과 동시에 한번 공유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껏 브런치 글에 첨부된 출처를 기재하지 않은 사진들 역시도 모두 제 사진들이죠.)
날 좋던 어느 가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또 한 장
서울시립대 법학관의 봄과 가을을 담으며 계절마다 한 장
출사라고 하기는 거창하고, 가끔씩 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원처럼 나무가 많으면서도 이색적인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장소를 대학 캠퍼스 외에는 찾기 힘든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캠퍼스는 자주 찾아 다니게되지 싶습니다. 각 계절별 캠퍼스의 모습을 담아내는 기분좋음이 또 있더라구요.
불국사 석가탑, 후광처럼 비치는 햇빛을 담으며 또 한 장
제주 하도리 별방진의 만발한 유채꽃, 그리고 가파도에서 보이는 산방산과 한라산을 담으며 찰칵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뭔가 '이게 내 취미입니다!'라고 더 잘 알게 되는것만 같네요. 길을 걷다가도, 여행을 가서도, 바삐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피사체에 온전히 집중하며 숨을 고르고, 손가락을 살포시 누르며 '찰칵' 소리와 함께 눈에 보인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옮겨 담아내는 그 순간. 잘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정중동의 순간이 저를 기분좋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을때마다 생각했던 감정들을 글로 옮겨 적는것도 저 자신을 위한 꽤 괜찮은 경험이더라구요.
일상의 뻔한 궤적 속,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저는 사진 찍기를 저를 채우는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