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다와 같구나

흘러간다

by 삼박자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지.

마지막 글로부터 반 년이 지났다.

중간중간 들어와보긴 했지만

왜 인지 글을 쓸 여유도 화력도 없었다.


글이 끊긴 지점부터 다시 생각해본다.

내 인생은 지금 어디에 와 있지?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너무 고여있는 상태로 곯아감을 자주 느꼈었는데, 그 직장을 떠나니 인생이 먼 바다로 훌훌 떠나온 개운함+불안정한 마음이 든다.


지난 6개월.

내 시아버지는, 내 아이들은,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왔다.


- 시아버지는 한달 간 전뇌방사선 치료를 받으신 후 극적으로 암세포 활동이 멈추었다. 후유증이 심해 최악을 각오했지만 기초체력이 있으신 덕분인지 그것도 다 극복하셨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다만 기억력이 깜빡거리는 상태로, 병원에서 쉬고 계신다.


-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첫째는 어디 내놔도 의젓하게 자기 역할 해내는, 공부 알아서 잘 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게임은 더 좋아하는) 든든한 초3이 되었고. 둘째는 한글 수학(작년 6세 때 혼자 구구단, 곱하기 나누기까지 섭렵)에 이어 영어도 배우고 싶다며 학원 보내달라 조르더니 파닉스 교재를 이틀만에 뗀 '영재적 모먼트'를 자랑하지만 어디 자랑할 수는 없는ㅋㅋ 똘똘한 '애기 형님'으로 성장했다.


- 내 인생은ㅎㅎㅎ 웃음만 나온다. 나의 인생 절반이던 커리어는 아직 망망대해를 표류 중이다. 아버님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작게;; 사업을 벌였다가, 도저히 집중할 여력이 안 되어(병원 들락날락, 갑작스런 응급실 이벤트들, 한달간 매일 방사선치료 모시고 오가기 등..) 거의 오픈하자마자 정리해서 실리콘도 마르지 않은 새삥한 내부를 권리금 없이 넘겼고ㅋㅋ(인테리어비로 퇴직금만 시원하게 날려먹었다ㅋㅋㅋ), 그래도 넘어져만 있지 않고 일어서서 나아가기 위해, 예전부터 준비하던 모 자격증의 현장실습을 한달간 다녀왔고, 다시 인생 2회차 커리어를 잇기 위해 내 역량+환경+타이밍까지 삼박자가 맞는 직장을 찾고자 써치하고 도전 중이다.




작년은 너무 다이나믹하게 고난스러웠어서 봄부터 겨울까지 약 6개월여의 시간들이 매시간 매초 기억날 지경인데,


올해는 아버님의 상태가 안정적이 되신 덕분인지, 소란스럽게 부유하던 삶의 먼지 조각들이 이제 고요히 내려앉는 느낌이다.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를 전업(주부)의 시간들이 새봄 새학기를 맞아 손이 필요한 내 아이들의 시간과 맞물려 자못 행복감마저 든다.


지금, 오늘, 이 순간의 나는 평온하다.


매일매일 흘러왔다 흘러가는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내 팔다리가 닿는데까지 헤엄치고 견디며 살아내다 보니 이렇게 또 어딘가로 흘러왔다.


이게 인생이구나.

최선을 다해 내 몫의 생을 살아내고 있는 나 신이 참 대견하고 어여쁘다.




남편의 이른 출근시간 덕분에 눈이 떠진 김에

모닝 브런치(글)을 써봤다.


브런치에 자주 들어와서 읽을 가치가 있는 글들을 꾸준히 써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엄마의 삶을 들려주고 싶을 때, 살아가며 힘들 때 견뎌낼 용기를 주거나, 지침이 되어주고 싶을 때를 대비해 계속해서 글을 남기려 한다.


식당으로 치면 '내 아이들 먹일 음식'을 만드는 그런 느낌과 정성으로 글을 쓴달까?


내 아이들 먹일 글거리가 생기면 또 오겠습니다.

집밥 같은 글밥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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