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심리학 이야기
법원 복무를 할 때 저희는 한 주씩 다른 업무를 하며 로테이션으로 돌아갑니다.
그 한 주 업무 중에 하나가 보안검색대에서 재판받으러 온 사람을 핸드스캐너로 검색하는 일인데요. 모든 사회복무요원들이 기피하는 업무였습니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에 최근에 행복에 관한 심리학 영상을 보며 해답을 얻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 타인은 나에게 행복의 가장 주된 원천이자 역으로 불행감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었습니다. 진화적으로 볼 때, 옆에 있는 저 인간이 나를 살려주기도 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타인으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죠.
재판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다양합니다. 형사사건의 경우, 사기, 폭행, 음주운전 등등의 범죄를 일으켜서 온 경우가 많고, 민사사건의 경우 대부분 돈과 얽힌 분쟁에 엮인 사람들이죠. 이러한 사람들이 재판받으러 올 때 뭘 가지고 있을지, 흉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검색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보니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항상 경계태세에 있는 겁니다. '저 인간이 뭘 꺼내 들지 모른다', 혹은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핸드스캐너로 검색을 하다 보니 만성적인 긴장과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것이었죠.
실제로 분쟁에 엮여 재판까지 온 사람들은 이미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은 상태에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짜증이나 신경질적인 상태로 오는 사람들도 꽤 있죠. 이런 사람들의 존재를 항상 염두에 두고 검색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와 기피업무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제 들더라고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보안검색대 업무가 가장 싫었던 이유는, 나를 해할 수도 있는 타인과 접촉해야 한다는 자각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