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언니들이 다시 라디오를 시작했다.
마치 나처럼 14년을 주기로 살아가는 듯이.
사실 14년 생애 주기는 이번에 만들어졌다. 물론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내가 두 번째 사이클임을 인지하기에는 7살의 기억이 너무나도 희미했을 것이다.
크게 관심은 없다만 만약 명리학과 사주가 사람의 운이 10년이 아닌 14년마다 변한다고 했다면 나는 당장 명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책들을 샀으리라.
14년 전, 나는 11년도 불수능의 쓴 맛을 보고 재수학원을 다녔다. 의정부에서 서울역까지 매일을 통학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언제 적 방송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라디오 천국에서 나오던 옥상달빛과 십센치의 풋풋한 노래대결을 들으며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옥상달빛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들을 잊고 살았다.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그냥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 학사과 석사를 그렇게 쉼 없이 마쳤다.
독일 유학을 준비해서 또 한 번의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간 힘든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생의 주기가 돌아오지 않은 탓에 적당히 즐겼다.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연구소 팀원들이 좋아서 적당히 시작했던 박사과정이었는데, 어느덧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다.
포닥 원서를 내려고 하니 내 실적으로는 어디다가 명함하나 내밀기도 어렵고,
실적을 쌓으려니 맘에 차는 저널들에서 논문을 거절당하고 있다.
머릿속이 온통 일시정지가 되어 생각이 멈춘다.
산책을 하려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 김광진 / fix you - cold play / heal the world - mj / 위로 - 하림 / 하드코어 인생아 - 옥상달빛
정확히 14년 전 내 플레이리스트가 소환되었다. 그때의 슬픔이 나에게 닿았다.
그래도 21살의 감정보다 35살의 감정은 더 절제되었고, 어리광 부리지 않는다. 고요하며, 침착하다. 비슷한 두려움이지만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위해 애쓴다.
무례하게 불쑥 찾아온 14년 전의 친구가 달갑지 않지만 반갑게 맞이하려 한다. 나는 이제 어른이고, 감정을 환기할 줄 안다. 아니, 인지할 줄 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왔어? 오랜만이네. 그래도 목소리 들으니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