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뮌스터의 한 파스타 가게

by 프눙

독일의 자유분방학 박사학위 시스템 덕분(?)에 나는 내가 사는 곳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뮌스터에서 매주 세미나를 들어야 한다.


이번학기 점심시간으로 배정된 세미나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낯선 도시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대게 중국식 아시안 음식이나 근처 빵집에서 빵으로 해결하곤 했지만 오늘은 기차를 타러 가는 길 골목에 위치한 파스타바가 눈에 띄었다.




놀랍게도 모든 생면 파스타가 7.4유로.

이탈리아 억양 가득한 주인아주머니는 밀려드는 주문과 실수로 잘 못 나온 메뉴에 짜증이 나셨나 보다.


아라비아타를 주문한 지 한 삼분이나 지났을까 곧바로 메뉴가 나왔다 불같은 주인아주머니의 성정 때문일까. 가게 안에서는 지중해의 열정 같은 것도 느껴졌다.


파스타를 가져와서 한 입 먹는다. 독일에서 “매운 토마토소스”라고 적힌 음식들은 하나같이 어렸을 적 먹던 학교 앞 달달한 떡볶이보다 순수한 맛인데 이곳의 아라비아타는 혀끝에 얼얼함이 감도는 매운맛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떤 사연일까. 불같은 이탈리안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아니 사실 부여잡고 있다고 느껴졌다) 독일의 전형적인 잔잔한 도시에서 파스타집을 연 여성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마치 저렴한 국밥을 파는 시장의 억척스러운 할매가 유럽의 한복판에서 외식물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자기에게 익숙한 가격으로 국밥을 팔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물론 조금 과장해서).


젊은 시절 독일인과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 아니면 대학도시인 뮌스터에서 대학생활을 하셨던 것일까. 혹은 자녀들이?


물어볼 수도 없고, 그래서 해답을 얻을 수도 없는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아주머니가 대답을 하는 상상까지 한다 (사실 이 상상을 할 때는 이미 식당을 나온지라 상상 속 아주머니의 얼굴은 없다).


아주머니는 대답하신다. “어쩌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맞다 나 역시 어쩌다가 지금 연착으로 악명높은 독일의 한 기차 안에서 글을 쓰는 아시안의 형태로 여기에 있다.


때론 너무 복잡한 문제의 답은 간단할 수 있다.


당신은 어쩌다 지금 이러한 형태로 여기에 서 있는가?


나는 어쩌다 흘러 온 독일의 어느 대학도시 작은 골목에서 테이블마다 바질 한 깡통씩을 무심한 듯 둔 이탈리아 할머니처럼 내 뿌리 위에 꼿꼿이 서 있는가?




기대 없이 들어간 골목에서

맛있는 파스타 한 접시와

나름대로 기분 좋은 상상해답을 얻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주 세미나가 벌써 기다려진다.


뮌스터의 한 파스타바에 있는 바질깡통. 이건 아무래도 뜯어서 넣어먹는 용도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