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1일 차, 밤
14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몸은 바로 잠이 든다
이른 저녁이지만 오랜 불면증이 완치라도 된 듯
(시차는 따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독일도 가을이 왔나 보다
저 멀리 귀뚜라미가 운다
2일 차, 밤
역시 일찍 잠이 들어 일찍 깨서 하루가 길었다
피곤이 좀 가셨는지 바깥 귀뚜라미 소리가 더 크다
마치 머리 가까이에서 우는 것 같다
밤새
'삐리- 삐리-‘
몸을 뒤척인다
(오래 집을 비워 발코니에 자리를 잡았나 보다)
내일은 한 번 발코니를 살펴야겠다
3일 차, 밤
발코니를 살핀다
(발견에 실패)
아마도 밤에만 우는가 보다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4일 차, 밤
밤을 기다렸다
(아니, ‘삐리-삐리-’를 기다렸다)
발코니 문을 연다
조용하다
방으로 들어온다
‘삐리-삐리-’
전쟁의 시작
(정말 침대 머리맡에 있는가)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