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삐리(상)

전쟁의 서막

by 프눙

1일 차, 밤

14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몸은 바로 잠이 든다

이른 저녁이지만 오랜 불면증이 완치라도 된 듯

(시차는 따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독일도 가을이 왔나 보다

저 멀리 귀뚜라미가 운다


2일 차, 밤

역시 일찍 잠이 들어 일찍 깨서 하루가 길었다

피곤이 좀 가셨는지 바깥 귀뚜라미 소리가 더 크다

마치 머리 가까이에서 우는 것 같다

밤새

'삐리- 삐리-‘

몸을 뒤척인다

(오래 집을 비워 발코니에 자리를 잡았나 보다)

내일은 한 번 발코니를 살펴야겠다


3일 차, 밤

발코니를 살핀다

(발견에 실패)

아마도 밤에만 우는가 보다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4일 차, 밤

밤을 기다렸다

(아니, ‘삐리-삐리-’를 기다렸다)

발코니 문을 연다

조용하다

방으로 들어온다

‘삐리-삐리-’


전쟁의 시작

(정말 침대 머리맡에 있는가)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가)



매거진의 이전글ep2. 뮌스터의 한 파스타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