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혼
2 am
침대를 밀어 본다
(가능한 위치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전략은 없다 사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길 바란다)
분명 머리맡이었다
작년엔 꺼내지 않아 먼지가 묵은 실내용 텐트를 꺼낸다
(드디어 독일 겨울에 적응했다고 내심 뿌듯해하면서)
‘삐리-삐리-’
소리에 변함이 없다
(겁이 없는 친구인가)
의심되는 모든 짐들을 꺼낸다
조금 조용해진 것도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불을 켜고 귀마개를 하고
잠을 청한다
(한 두어 시간)
5일 차, 낮
짐들을 확인한다
(제발 나와) (제발 나오지 마)
그는 자취도 없다
그동안 낮의 소음 때문에 못 들었지만
각성된 청력 덕분인지 낮에도 그의 소리가 들린다
‘삐리-삐리’
침대 머리맡 벽 쪽에서
(혹시) 벽에 귀를 대본다
벽... 안에 있구나!
내 손이 닿지 못하는 어두운 그곳
(무기력하다)
밤
유튜브를 검색한다
(벌레가 싫어하는 초음파)
재생해도 인간은 들을 수 없음
그렇다고 이어폰을 사용하면 안 됨
(설마)
벽을 향해 볼륨을 올린다
‘...’
‘...’
‘삐리-삐리-’
나와 나의 존재를 모르는 저 친구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6일 차, 낮
(저 안에서 얼마나 살 수 있나)
어쩐지 힘이 없는 울음이다
‘삐ㄹ-삐’
(그래 제발)
빠른 시일 내에 그가 밖으로 나가길 바란다
(아니면 죽길)
밤
귀마개로 귀를 막고 잠을 청한다
불면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귀를 막아
더 이상의 소리는 듣지 못한다
7일 차, 낮
겨울이 끝나가면 자연스럽게 울지 않음
쌀쌀함
소리가 안 난다
밤
귀마개 없이도 고요함
머리맡 벽 안에 숨 쉬었던 어떤 존재의 영혼을 느끼며
정수리가 찜찜하게
잠듦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