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주 Apr 19. 2022

엄마에게만 하는 질문

나는 두 딸의 엄마이다. 

스물네 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마흔 둘인 올해로 18년 차인 직장인이기도 하다.


결혼할 때부터 우리 엄마는 ‘아이는 내가 돌봐 줄 테니 절대 회사 그만 둘 생각하지 말아라.’라는 당부를 했고, 난 그게 매우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약속대로 나는 임신한 순간부터 친정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첫 아이를 낳고 세 살 차이 둘째가 태어나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분가를 했다.


다행히도 나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수월한 직장에 다니고 있기에 둘째의 출산과 함께 한 번, 분가를 하며 또 한 번의 휴직을 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 처음 사용했던 육아휴직 1년 동안은 어린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복직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 사용하게 된 두 번째 휴직기간 동안 ‘내 일이 없는 삶’이 나에게 얼마나 괴로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며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마치면서 ‘내가 사회생활이 가능한 나이까지 최대한 내 일을 유지하겠다’라는 다짐을 하며 복직을 했다.


복직을 하기 전,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방과 후 시간 동안 돌봐주는 지역아동돌봄센터를 찾아가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을지 상담을 했다. 검색을 통해 가정의 소득에 관계없이 맞벌이 가정 자녀의 돌봄을 목적으로 시에서 설립한 센터라고 확인했기에 무리 없이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상담을 해보니 부부 모두가 ‘대기업’으로 불릴 만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나는 지원할 자격도 없다고 했다. 처음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지원 제1순위가 소득 수준이 된 것이었다. 결국 저녁시간 동안 아이들을 챙겨줄 ‘이모님’을 찾아 맡겨야 했고, 이모님이 오시기 전 아이가 방황하지 않도록 학원 스케줄을 짜야했다. 올해로 이모님과 함께한 지 4년째이다. 


결국 내가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회사를 다닌 지난 18년의 세월 동안 나 아닌 다른 여성의 돌봄 노동이 필수적이었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위한 모든 고민과 책임은 오롯이 엄마 개인에게 맡겨져 있었던 것이다.


첫 아이를 낳은 뒤부터 가끔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나중에 당신도 당신 손주들 봐줄 거냐, 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싫다, 고 답했다. 내가 왜 굳이 내 노년을 다시 육아에 담보 잡혀야 하나 싶어서. 그리고 막연하게 변명하듯 그때 되면 아이 키울 걱정은 없겠지 뭐,라고 한 마디 보태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남편이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을 받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질문은 여성인 나에게만 하는가?’, ‘혹시 아들 키우는 사람들도 같은 질문을 받을까?’, ‘남편은 왜 나에게 남 이야기하듯이 이 질문을 던질까?’


아이를 함께 키워내야 할 책임이 있는 ‘아빠’의 역할을 해야 하는 남편조차도 양육의 제1 책임자는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섭섭했다. 그리고 몇십 년 뒤에도 돌봄의 주체가 개인일 것이라 상상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저출산을 문제라고 하지만,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 난 우리 아이들에게 결혼하지 말고, 아이 낳지 말라고 교육시키고 있는 중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