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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연애에 물들다

타이베이, 말할 수 없는 비밀

by Dear Lesileyuki

카페 안은 바닐라를 넣은 마들렌 냄새로 가득 있었다. 얼마나 많은 마들렌을 구운 걸까?

“여전히 마들렌에 바닐라를 넣어요?”

달리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수북하게 쌓인 마들렌을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내 안에서는 이미 그날처럼 불안하고, 슬픔이 내 안에서 일렁인다. 잊었고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세월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멀리 하늘과 닿은 지우펀의 바다가 보인다. 라피스 라줄리처럼 푸른빛의 바다와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뷰는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 불편한 이 순간조차도 아름답다고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엄마가 다가와 나를 안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겨버렸다. 엄마에게서 여전히 프리지어 향기가 났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향수를 기억한다. 버터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은 엄마의 품엔 안기면 언제나 은은한 비누 향과 섞인 프리지어 꽃향기가 났다. 물론 그것이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향수였다는 것을 아빠의 책상 서랍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향수병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항상 엄마의 화장대에는 사각의 유리병에 담긴 향수가 놓여 있었기에 그것이 엄마의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아빠는 대체 왜 엄마가 쓰던 향수병을 모두 서랍 안에 보관하고 있었을까? 향수병조차 놓지 못하면서 어떻게 엄마는 놓아주었을까? 나는 지금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

열 개가 넘은 향수병이 보관된 서랍을 열었을 때 그동안 비밀스럽게 갇혀있던 엄마의 냄새가 오랜만에 아빠의 작업실에 퍼졌다. 나는 왜 이런 것을 모아두었냐고 아빠에게 짜증을 냈다. 전시회에 낼 작품을 준비 중이던 아빠는 그냥 웃더니 한마디 했다.

“각각의 병마다 저마다 다른 추억이 있으니까.”

나는 그것이 묻어둔 아빠의 찐 사랑이라 생각했다. 사랑하면 놓아줄 수도 있구나.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가 내 나이 18살이었고 사월의 라일락 같은 시절이었다.

“아빠는 엄마를 진짜 사랑했구나.”

아빠 바라기였던 나는 아빠가 만들어 준 의자에 앉아 그린 애플 맛 풍선껌을 한껏 불며 말했다. 그러자 아빠가 입꼬리에 슬픔이 걸린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가 아빠를 더 사랑해서, 미안해서 기억 하나도 버릴 수가 없어”

“뭐 그럼 엄마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거야 뭐야. 자기가 여배우야?”

철없는 나는 엄마의 향수병이 담긴 서랍을 거칠게 닫으며 말했다.

그런데 엄마는 여전히 그 향수를 쓰고 있었다. 이제는 향기가 몸에 일부가 되었는지 가볍게 움직일 때마다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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