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서 후기

by 라임

혼돈이라는 것은 인간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하며, 누군가의 인생을 180도 뒤바꾸기도 한다. 저자는 이 혼돈에 맞선 특이한 자를 소개 시켜준다. 바로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한평생 어류를 분류하는 데 몰두를 한 지독하게 끈질긴 사람이었다.


그가 얼마나 끈질겼는지, 그의 인생을 읽고 있던 난 자연스럽게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릴 적에 부모님께 자신의 관심사인 분류하는 작업을 무시 당했으며, 병으로 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고, 열심히 연구한 자료들을 자연 재해에 여러 번 빼앗겼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좌절하기를 거부하고 무릎을 털고 일어나 차가운 세상에게 저항했다.


작가 룰루 밀러는 이러한 그의 독특한 성격을 무척이나 궁금해 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아픈 과거와 현재의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데이비드의 이야기가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룰루 밀러는 그것만을 믿고 조급하게 데이비드의 삶을 연구한다. 어느새 나는 룰루 밀러와 함께 데이비드의 인생을 연구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회복 탄력성은 경이로울 지경이기 때문이었다. 난 저자와 함께 인생의 해답에 대한 희망을 품고 책을 읽어나갔다. 곧 나올 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룰루 밀러는 책의 끝지점에서 갑작스레 무려 두 번의 반전을 써낸다. 한 반전은 자신의 삶의 구원자가 되었으면 했던 자가 끔찍이도 우생학을 지지한 악마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 다른 한 반전은 그 악마 같은 사람에게 한평생의 노력을 무마시키는 엄청난 벌이 내려졌다는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다윈의 주장의 일부만 받아 들이며 장애인, 정신 질환자 등의 사람들을 퇴화한 종으로 구분하며, 이러한 종들을 말살시켜야 인간의 진화에 위험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강력한 주장에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그의 힘은 막강하게 셌으며, 결국 그의 잘못된 주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사람들은 엉뚱하고 억울한 이유로 붙잡혀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자유 중 하나인 생식적 자유를 박탈 당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오히려 그들을 “부적합자”라고 낙인 찍었다.


첫번째 반전을 읽은 나는 적잖이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와 저자가 그토록 응원하고 있던 자가 이런 악마 같은 사람이었다니. 배신감과 함께 난 그가 마땅한 처벌을 받으리라 믿으며 책을 계속해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두번째 반전에서 데이비드의 인생에 혼돈이라는 벌이 내려졌다.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 부류라는 과학적 증명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가 그렇게도 노력해서 분류한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굉장한 충격과 함께 묘한 기쁨이 찾아왔다. 벌을 다행이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난 혼돈이라는 것에 우리의 삶은 언제나 흔들릴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무엇도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거대한 충격을 안겨주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통쾌한 감정을 주듯이, 관점은 완벽히 분류될 수 없다. 누군가가 한평생 연구한 것이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가 나는 것처럼, 참과 거짓, 존재와 부재는 분류될 수 없다. 우생학을 적극 지지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생학에 반대하고 그것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옳고 그름 또한 분류될 수 없다.


어떠한 것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 쓰여진 방식마저 그것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어떠한 면에서는 에세이, 어떠한 면에서는 전기, 어떠한 면에서는 그저 작가의 심오한 일기 같았다. 글을 쓴 방식까지 완벽하게 하나의 것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 책의 신기한 구성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었다.


혼돈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언제나 그것에 휩쓸릴 것이다. 하지만 혼돈에는 부정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룰루 밀러의 삶에서 예시를 찾아보면,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퍼하지만, 끝내 새로운 애인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간다. 부정적인 때가 지나자 긍정적인 때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혼돈에 맞설 수 없다. 우리는 그 무엇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없다. 룰루 밀러의 아버지가 말했듯이, 우리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간다. 혼돈에 맞서 싸워보려는 의지와 용기. 그것이 우리를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