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독서 후기
염영숙 여사는 서울역에서 지갑이 든 자신의 파우치를 잃어버린다. 온갖 걱정에 당황하고 있던 그때, 염 여사의 전화가 울리고 그녀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파우치를 발견했음을 알려준다. 염 여사는 남성의 남성의 말과 어투를 통해 그가 노숙자임을 알 수 있었다.
서울역으로 돌아간 염 여사는 자신의 파우치를 뺏으려는 두 노숙자와 몸싸움을 하고 있는 남성을 발견한다. 무사히 파우치를 돌려 받은 염 여사는 감사를 표하기 위해 노숙자를 자신의 편의점에 데려가 먹을 것들을 건네준다. 편의점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는 노숙자에게 염 여사는 앞으로 배고프면 자신의 편의점을 방문하라고 선의를 베푼다. 노숙자는 그녀에게 자신을 ‘독고’라고 부르라고 한다.
갑자기 비게 된 야간 알바 자리를 맡게 된 염 여사는 네 명의 불량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된다. 그때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독고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한 후,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며 염 여사를 구해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염 여사는 독고 씨에게 야간 알바를 제안하고, 그는 이를 수락한다.
독고 씨가 알바를 하게 되자, 이미 알바를 하고 있던 시현과 오선숙 여사는 그를 굉장히 경계한다. 이는 편의점 단골 고객인 경만과 작가 정인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독고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을 하고, 이들은 끝내 그에게 마음을 연다. 그의 친절한 성격 덕에 편의점의 전체 매출이 오르기까지 한다. 이 외에도 그의 선한 영향력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다.
알바를 시작하며 타인과 소통할 기회가 늘자, 독고 씨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잃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되찾는다. 그는 자신이 성형외과 의사였으며,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환자가 목숨을 잃었음을 기억해낸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던 그로 인해 가정 내에 불화가 생겼고, 아내와 딸이 그를 떠난 것이었다.
겨우 아내와 딸의 거주지를 찾아 이들을 만나러 갔지만, 독고 씨의 마음 속 트라우마는 이를 거절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구토를 하고 쓰러진 뒤에 일어나보니, 그에게 남은 것은 그의 옷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독고 씨의 노숙 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노숙자의 이름을 넘겨 받고 ‘독고’라는 이름의 노숙자 신분으로 살아온 것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독고 씨는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대구에 의료지원을 하기 위해 떠난다. 그는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보단 남을 살리는 일을 선택했다. 독고 씨가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고, 한때 자신이 뛰어내리려고 계획했던 강을 건너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단락별로 관점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염영숙 여사, 시현, 오선숙 여사, 경만, 인경 작가 등으로 관점이 계속 전환된다. 그리고 책이 끝나갈 때쯤 나는 이미 마지막 단락은 독고 씨의 관점에서 서술됐을 것임을 예상했다. 각 단락별 주인공은 독고 씨를 경계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신뢰하게 된다. 독고 씨 덕에 염 여사는 든든한 편의점 야간 알바생을 얻는다. 시현은 그의 추천으로 시작한 편의점 일을 설명하는 유튜브를 통해 인기와 더불어 같은 업종 이직과 승진을 경험하게 된다. 오 여사는 아들에 대한 고민을 독고 씨에게 털어놓고, 그의 조언 덕분에 아들과 화해하게 된다. 그 외에도 독고 씨는 대화와 선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남들과의 소통에 한계가 생긴 지금, 이 책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줌과 동시에 소통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것 같다.
각 단락의 주인공이 자신의 고민에 대해 고심하며 한 생각에서 공통되는 문장을 찾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부정적인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이 질문에 마냥 공감하며 책을 읽어 나갔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관점이 변화되어 있음을 느꼈다. 일단,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락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그 어떤 인물의 상황에서도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불행한 상황의 원인은 대부분 인간관계 내의 소통 오류로 인한 오해, 혹은 소통 부족이었다. 그저 누구나 인간 관계 내에서 겪을 수 있는 고민거리였던 것이다. 이를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었다.
반면, 잘못된 이유가 스스로에게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관한 해답은 독고 씨의 삶에서 얻을 수 있었다. 타인의 생명을 잃게 한 것,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하지만 독고 씨는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깨닫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길을 택한다. 해결하면 되는 것이었다. 반성하고 잘못을 수습하는 것이 답이었던 것이다. 죄책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독고 씨가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며 선택을 바꾼 것이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이 책은 사람 간 소통과 상호작용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편의점’이라는 장소를 고른 것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주제의 내용들을 쓴 것도,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바꿔준 것도 모두 인상 깊었다. 김호연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분에 몰입도가 높았으며, 중간중간 사소한 이유로 피식하면서 작가가 센스 있다고 느꼈다.
‘편의점’이 작은 사회의 비유라면, 나는 이러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 시현의 말처럼 편의점은 직원은 불편하고 고객은 편한 공간일 수 있다. 반면, 독고 씨에게 편의점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듯한 장소이지만, 고객은 그의 서투른 행동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를 보는 관점이 개인마다 다른 것처럼, 편의점 또한 누군가에겐 ‘불편한 편의점’이, 또 다른 이에겐 ‘편한 편의점’이 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이지만, 사실 편의점의 내부에서는 소통으로 인해 편한 분위기가 이루어지듯이, 사회도 불편하고 힘든 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걸어가는 길은 행복과 편안함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