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몬드를 지닌 존재

<아몬드> 독서 후기

by 라임

이 책의 주인공 선윤재는 독특한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의 이름은 알렉시티미아, 혹은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불린다. 남들에 비해 편도체가 작은 윤재는 감정을 표현할 줄도, 구분할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 그러기에 그에게 공감이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윤재의 엄마와 할멈은 그가 병으로 인해 튀어 보이거나 소외될 것을 우려하여, 그에게 열심히 감정을 가르쳤다. 하지만 어린 윤재에게 그 모든 감정들을 익히고 수많은 사례에 대한 반응 방법들을 외우는 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다. 엄마와 할멈의 노력에 비해 윤재의 아몬드 모양 편도체는 여전히 감정을 다룰 줄 몰랐다.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윤재와 그의 엄마와 할멈은 생일을 기념하여 시내에 갔다. 십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그때, 갑자기 한 남성의 칼부림 난동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할멈은 목숨을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그 상황에서 윤재는 무표정인 상태로 그의 가족들이 처참히 당하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잃은 윤재에게 이웃인 심 박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학교에선 그의 상황을 표적 삼아 놀리는 학생들이 생겼고, 윤재의 무덤덤한 반응으로 인해 그는 ‘사이코패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어느 날 윤재에게 윤 교수가 찾아왔다. 윤 교수는 16년 동안 행방불명이었던 아들, 곤이와 재회했지만, 그가 심각한 불량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보고 싶어 하는 죽어가는 아내에게 차마 그 불량아를 데려갈 수 없었던 윤 교수는 외모와 분위기가 곤이와 비슷한 윤재에게 아들 연기를 부탁했다. 윤재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윤 교수의 아내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본인 대신 자신의 엄마를 만나러 갔다는 이유로 윤재에 대한 곤이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윤재와 같은 학교를 배정받은 곤이는 윤재를 심하게 괴롭혔다. 하지만 윤재는 감정 표현이 불가능했기에, 곤이가 원하는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표적이 울지도, 그만하라고 애원하지도 않자, 곤이는 조금씩 꼬리를 내렸고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에 윤재에게 계속 다가갔다. 그렇게 감정 없는 괴물과 난폭한 괴물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난폭한 곤이를 싫어했다. 그들은 곤이를 따돌리며 누명을 씌웠고, 곤이에 대한 처벌은 16년 만에 재회한 곤이의 아버지, 윤 교수가 맡았다. 윤 교수와 학생들의 눈에 곤이는 그저 문제아에 불과했다. 오직 윤재만이 곤이의 여린 내면과 아픈 과거를 알고 있었다.


곤이는 차가운 대우와 시선에 상처를 받아 가출을 했다. 윤재는 그를 찾으러 갔고, 곤이를 발견한 곳에서 곤이의 소년원 선배, 철사를 만났다. 곤이를 데려가기 위해 뭐든 하겠다고 말한 윤재에게 철사는 끔찍한 폭행을 가했고, 윤재는 끝내 철사의 칼에 찔리고 말았다. 정신이 희미해지는 그때, 윤재는 이상한 느낌을 겪고 의식을 잃었다. 그것은 이름 모를 ‘감정’이었다.


몇 달 만에 회복한 윤재는 기적적으로 깨어난 그의 엄마와 병원에서 재회하게 되었다.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윤재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감정이 드디어 발달했다는 것을 깨닫자, 윤재는 그의 엄마와 함께 울고 웃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선윤재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윤재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말투를 상상했다. 책 <아몬드>의 두께는 꽤 얇은 편에 속했지만, 내용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었다.


일단 윤재가 사랑을 통해 점점 병을 회복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엄마와 할멈의 무조건적인 사랑, 곤이의 우애, 심 박사의 도움에 내포된 사랑 등이 윤재를 발전시켰다. 심 박사의 주장인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몬드>는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감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감정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함께 사랑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의 관점과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다. 사람을 죽인 칼부림 살인자의 마음 아픈 과거에 사람들은 측은심을 느끼며 범행의 이유를 무관심한 사회의 탓으로 넘긴다. 피해자들의 희생은 잊은 채, 그들은 가해자의 가여운 상황에 집중한 것이다. 한편, 곤이의 힘든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은 그를 문제아로 낙인찍고 비난하며 불쾌감을 과하게 표출한다. 때로 감정이란 것은 본질을 흐리거나 오해를 야기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오직 감정에 따라 너무 단순하게 무언가를 판단할 때가 있는 듯하다.


편도체가 작아서 알렉시티미아를 앓고 있는 윤재도, 과거의 상처가 많아 표현이 다소 과격한 곤이도 결국에는 인격체를 지닌 사람이다. 이 책은 윤재와 곤이를 괴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주관적인 표현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우리 또한 괴물이기도 하고, 괴물이 아니기도 한 것 아닐까 싶다.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에 타인에 대한 주관적 판단 및 평가가 때로 옳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를 지닌 존재다. 타인을 평가하기 전에 이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모두 인간이라는 것,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인적 감정에서 초래된 판단과 평가는 조금 더 신중히 표현될 필요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