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독서 후기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는 작은 시골 마을, 진평에서 시작된다. 도담은 소방관 아버지 창석과 병원에서 투병 중인 어머니 정미와 진평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 진평은 갑갑하고 흥미로운 일 하나 생기지 않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이사 온 하얗고 왜소한 남자아이, 해솔로 인해 그녀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해솔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니인 미영과 둘이 살았다. 그러한 해솔에게 창석은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도담과 해솔은 빠르게 친해졌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한편, 도담은 자신의 아버지와 미영이 같이 있는 상황들을 싫어했다. 그녀에게 소중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사이에 낀 미영은 불청객이었다. 창석이 병원에 있는 정미를 두고 미영과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도담은 그녀의 아버지를 벌하기로 다짐했다.
해솔과 도담은 창석과 미영의 데이트 장소에 몰래 뒤따라갔다. 갑자기 나타나 창석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도담의 계획이었다. 창석과 미영은 술을 마시다 섣부르게 행동하여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강물에 몸을 던졌다. 위험하다는 불안감에 해솔은 들고 있던 전등의 불을 켰고, 놀란 창석과 미영은 거센 급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떠내려갔다. 해솔은 소리를 지르며 그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었지만, 끝내 생존자는 해솔 하나뿐이었다.
창석과 미영의 죽음 이후로 도담과 해솔의 관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의 부모에 대한 헛소문은 회복하지 못 하고 있는 둘에게 더욱 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고아가 된 해솔은 자신의 할머니와 함께 진평을 떠나게 되었다. 해솔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도담을 만나러 갔지만, 술에 잔뜩 취한 정미는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비난 가득한 고함과 함께 정미는 도담과 해솔의 관계를 악연이라고 표현하며 차갑게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어른이 된 도담은 과도한 음주와 자해를 하면서 스스로를 아프게 했다. 그녀는 대학 내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아버지가 죽는 과정을 목격한 그 끔찍한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해솔은 약대를 가서 그 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않은채, 공부에만 몰두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항상 죽음이 존재했다.
어느 날 도담과 해솔은 우연히 술집에서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었다. 해솔은 술집에서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술집에 우연히 도담이 그녀의 동아리 동료들과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둘은 다시 한번 서로에게 빠지게 되었다. 도담과 해솔은 도담의 집에서 동거하며 외롭고 아팠던 시간들을 지워내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곤 했다.
도담은 해솔을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에게 차가운 비난을 참지 않고 쏟아냈다. 창석과 미영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여긴 해솔은 죄책감 때문에 감히 도담의 말들에 받아칠 수 없었다. 정미에게 둘의 동거가 발각된 어느 날, 그 둘은 다시 한번 이별을 하게 되었다. 도담이 스스로가 해솔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며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었다.
“우린 애인이 아니라 채무 관계 같아. 서로 빚진 사람들 같다고.” p. 168~169
도담과 해솔은 각자의 삶에 집중을 하다가도 서로를 그리워했다. 도담은 물리 치료학과를 졸업한 후 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일하게 되었고, 해솔은 약대를 졸업했지만 끝내 창석에 대한 기억의 영향으로 인해 소방관이 되는 것을 택했다. 도담은 지나친 음주와 자해를 그만두고 훨씬 성숙해진 반면, 오히려 해솔은 위험한 사건 현장에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행동들을 반복하며 자신을 파괴하려고 했다.
사건 현장에서 팔을 다치 해솔은 도담이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둘을 그렇게 또 한번 재회를 했다. 재회 이후에 해솔은 도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둘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직접 진평게 가게 되었다. 진평의 거대한 댐 앞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둘은 서로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해솔은 창석과 미영의 죽음에 대해 도담이 모르고 있던 사실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물 속으로 뛰어든 어린 해솔은 미영을 한쪽 팔로 붙들고 나머지 한 팔로 돌뿌리를 위태롭게 붙잡은 창석을 발견했다. 해솔은 창석의 손을 잡는 데에 성공했지만, 가녀린 그의 팔은 두 명의 사람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창석과 미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다짐한 듯했고, 그 순간 창석은 해솔의 손을 놓고 그대로 미영과 함께 떠내려갔다. 그는 해솔까지 죽는 것을 막아준 것이었다.
오랜만에 해솔과 진평에 가게 된 도담은 그 날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함을 느꼈다. 둘은 서로의 죄책감을 알게 되었고, 서로를 용서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용서했다. 둘은 아픔의 파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소용돌이에 빠지면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하듯, 둘은 회피를 멈추고 아픔을 직면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도담과 해솔의 마음 속 상처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급류”라는 단어는 많은 것들의 비유로 쓰였다. 급류는 일종의 부정적인 사건의 원인으로 비춰졌고, 그 사건은 상황에 따라 누군가의 죽음, 개인의 정신적 상처, 사람 간의 관계 속 아픔 등으로 표현되었다.
진평의 강가에서 급류로 인해 창석과 미영은 죽음을 맞이하였다. 도담과 해솔은 정신적 상처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 상처로 인해 서로 간의 관계는 늘 위태롭게 이어지다 끊어지곤 했다. 급류가 초래한 사람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지만, 도담과 해솔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 상처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한 부분에서 급류, 즉 부정적인 사건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로 인한 안 좋은 결과 또한 지워질 수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급류 속에 허우적거리며 힘들어하던 도담과 해솔은 스스로가 수영을 굉장히 잘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들은 애초에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회피하고 그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앞섰던 것뿐이었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이를 설명해주었다.
유독의 이 책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던 것에는 도담과 해솔의 시간에 따른 생각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도담은 아버지를 잃고 해솔과 헤어지게 되면서 사랑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사랑을 급류에 비교하며 사랑에 빠지는 것은 급류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도담이 성숙해졌을 때, 그녀는 해솔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나는 빠진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내가 선택한 거야.“ 이 구절이 도담의 마음 속 상처가 치료되고 있음을 보여줬기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급류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속에 빠진 순간에, 거센 물살을 이겨내고 물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음을, 그리고 언제든 다시 빠질 수 있지만, 또 다시 빠져 나올 수 있는 힘을 스스로가 지녔음을 알았으면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떨며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 하는 그런 안타까운 일을 그 누구도 겪지 않기를. 급류로 인한 부정적 사건의 원인을 감히 스스로에게로 돌리지 않기를. 그리고 모두가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기를. 심해 공포증이 심한 나에게 이 책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도담은 여유롭게 헤엄치며 웃었다. 자유롭다. 내가 얼마나 수영을 잘했던가.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
p.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