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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un 11. 2024

글을 쓴다는 건

그냥 일기

대표님이 글이 뭐냐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글이 글이지. 몇 달이 지나고 다시 글을 생각해봤다. 글은 뭘까. 나에게 글은 어떤 걸까.


나에게 글은 나를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표출. 일종의 표출 같은 거지. 표현하는 방법. 누군가에겐 춤일 수 있고 노래일 수도 있는데 나에겐 글이었던 거 같다. 근데 이거론 답변이 심심했던 거 같다. 대표님은 계속 질문에 답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왜 글이냐는 거지. 춤이라 노래가 아닌 왜 하필 글일까. 그건 지금도 도저히 답을 못 하겠다.


수많은 수단 중에 난 글을 선택 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선택이라는 표현도 애매하다. 그냥 글을 봤으니까. 대표님은 이어서 얘기했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유정의 <봄봄>엔 점순이가 나온다. 내 기억이 맞다면 <동백꽃>에서도 점순이였다. 점순이는 강원도 어디에서 지금도 살아있을 것 같다. 캐릭터란, 인물이란 살아있어야 했다. 그리고 소설이 끝나도 그 캐릭터는 살아가야 했다.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게 작가의 글이었다.


김유정 문학관을 간 적 있다. 강원도 춘천으로 기억한다. 그곳엔 김유정 마을도 있었다. 김유정과는 사실 상관이 없는 곳인데 김유정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마을이다. 소설이 현실이 된 곳. 그곳엔 점순이도 이장님도 모두가 있었다. 


어떤 스타트업 회사에 인터뷰를 했다. 음악 외주 사업이랄까. 30분 정도 줌으로 대화를 했다. 묻는 것에 답한 것밖에 없었던 나지만 상대는 고마워했다. 궁금했다. 나에게 뭐가 유용한 정보나 시장 조사의 예로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걸까.


아침에 일어나니 종아리에 알이 뱄다. 어제 스쿼시 수업 탓인가 보다. 요즘은 매일 연습이라 피곤하다. 오후에 연습이라 오전엔 헬스장을 가려고 했는데 지금 상태론 가도 무의미할 거 같았다. 연습실에 가면 몸풀기를 하는데 상당히 힘들다. 시간도 애매하게 잡힌 터라 저녁 먹을 시간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식대가 나오는 것도 아닌 슬픈 현실이었다. 


저번 주 주말엔 체험단으로 마사지샵에 갔다. 등관리 마사지였다. 처음으로 받아본 마사지. 그곳에 계신 사장은 한 아주머님이었다. 열심해 해줬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어떻게 글이 쓰이길 바랐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관리가 끝나고 별 느낌이 없었다. 사장님께선 저녁에 샤워하고 나면 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닐 수도 있다고 했고. 집에 돌아와서 자고 일어나는 동안에도 아무 증상은 없었다. 압을 더 높여달라고 했어야 했나. 아님 내가 생각보단 건강한 걸까.


연습실에서 몸을 풀 때 내 굳은 몸과 마주했다. 내 몸이 이렇게 굳었었구나. 그동안 내가 정말 관리를 안 했구나. 다리를 찢는 남자 배우를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내 몸은 골반조차도 풀리지 않았구나.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던 연인은 어제 밤에 톡을 보냈다. 뭐 굳이 통보까지 할 필요 있나 싶었다. 그냥 그대로 아무 말 없으면 조용히 잊혀질 텐데. 마지막까지 그는 착했다. 그리고 오래 생각했겠지. 난 생각보다 별 생각 안 했는데.


대학원을 생각했다. 내가 공부에 뜻이 있는 게 맞긴 할까. 자대 대학원이 최선일까. 그전에, 받아준다는 보장은 있나. 근데 대학원 얼마지. 서류 접수하는 건가. 난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았다. 너무 많아서 사회에 뛰어들 준비도 안 됐나 보다.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도피하는 거 같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틀었다. 이젠 선풍기를 틀 때가 됐지. 그렇게 조금만 지나면 장마가 오겠지. 장마가 끝나면 정말 무더운 여름을 보내다 조금씩 선선해질 때면 가을이 오겠고. 그러면 다시 겨울이 오고. 그렇게 2024년은 지나가겠지. 나의 20대 중반은 끝이 나겠지. 이렇게 나열하면 시간은 정말


덧없구나.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연습이 17시에서 16:30으로 당겨졌다. 그 30분 동안 밥도 먹고 몸도 풀라는데 몸풀기가 20분인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딨다고. 이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난 슬슬 집에서 떠나려고 한다. 내 글을 누군가는 보는 거 같던데


다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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