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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un 16. 2024

뜨거운 감자

그냥 일기

나를 봐줘요 내 말을 들어봐줘요


뜨거운 감자의 고백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다. 이미지 파일은 문보영 시인의 배틀그라운드인데. 이게 무슨 조합이고 상관 관계가 있냐고 한다면 없다. 없는 걸 없다고 하는 것도 능력이란 걸 알게 됐다. 갑자기 무슨 삐딱선을 탄 것처럼 글을 쓰는 것 같지만


사실 별 생각 없다. 그전에도 별 생각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별 생각은 없을 거다. 그냥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만 하려고 할 뿐이다. 그런 글을 본 거 같다. 태도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태도를 바꾸는 거라고. 그러니까, 이런 거였다.


집중이 안된다 -> 휴대폰을 줄여라.

뭔가를 하고 싶다 -> 일단 신발을 신어라.

생각이 많다 -> 걸어라


대충 이런.. 뭐라하지 에세이 책에서 볼 법한 그런 내용이 담긴 거였다. 아마 SNS에서 본 듯한데 요즘 도파민에 절여져서 장아찌처럼 숙성되는 기분이다. 책을 멀리하면 안 되는 건데 말이다. 어두운 곳에서 폰 만지면 눈도 나빠지는데 말이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매일이 연습이다. 이번 달 말엔 아는 동생이 졸업작품을 올린다. 그래서 예매를 했는데 연습이 있어서 갈 시간이 안 된다. 


국제도서전을 얼리버드로 예매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2매를 예약했기에 고민 중이었다. 혼자 갈까. 근데 갈 시간도 없어졌으니 차라리 다행인가. 그래도 덕분에 좋은 소재가 생겼다. 다음 작품의 제목은 연습실이다. 대한민국의 연극의 현주소는 반지하라는 주제로 쓰려고 한다. 신춘문예에 투고할 작품이 될 거 같다. 


달력을 본다. 이것저것 많이 적힌 듯하지만 유의미한 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은 내 달력.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보낸 탁자형 달력. 플래너처럼 일정을 적어두었지만 돌이켜 보면 안 적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들이 적혀 있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이고 


새벽 1시 경에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다. 어떤 아저씨였다. 뭐라고 하는데 뭐라는질 몰랐다. 전화가 끊겼던 거 같다.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대리운전인데요.

잘못 걸었어요.


끊어버렸다. 수면 모드를 했는데도 왜 전화가 울리는 걸까. 다음부턴 그냥 무음을 할까. 짜증도 났지만 잠이 더 고픈 탓에 잠들어버렸다. 더웠다. 이젠 밤에도 덥구나. 창문 열고 자야 하나. 이불은 여름 이불이 있었나. 모기에 물린 듯 간지럽기도 했다.


꿈을 꿨다. 꿈에선 벌이 방 안에 있었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은데 무서웠다. 무서움과 더 자고 싶어하는 욕망 사이에서 잠에서 깼다. 아침이었다. 08:45분. 알람이 울리기까진 15분 정도 남았던 거 같다. 


안정감이 필요했다. 안정적인 소속감이든 뭐든 무엇이든. 공연이라는 목표를 향해 극단과 함께 움직이지만 안정적이지도 소속감도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끝나면 여행을 가볼 생각이다. 가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몇 백만원만 써보고 싶다. 그냥 그게 다다. 어딜 가보고 싶다거나 보고 싶은 게 있진 않다. 그냥 시발, 이 돈에 그만 좀 얽히고 싶다. 무슨 배틀그라운드마냥 다들 돈만 보며 서로를 쫓고 있는 기분이라


벗어나고 싶다. 자기장 밖으로 탈주하고 싶다. 아니, 처음부터 비행기 타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질 않다. 자꾸 어디서 좁혀질지 모르는 자기장을 예의주시하며 고지를 탈환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 거 같다. 난 그러기 싫은데. 그냥 총소리도 서로가 서로를 싸우고 죽이지 않는 그런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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