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요즘은 꽤나 부지런하게 브런치에 들리는 중이다. 글을 쓰면 좋아요가 10개는 받는 듯하다. 누군가는 자꾸만 내 글을 읽는다는 건데 신기할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viak4c1Gs&t=472s
작년 6월에 호서대 학생들과 찍은 단편영화 후기를 영상으로 만든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잘 만든 영상 같긴 한데 이번 건 배우가 아닌 연출로서 후기다.
21일부터 24일까지라는 4회차의 촬영, 더 늦어지면 잊어버릴 것 같기도 해서 지금이라도 끄적이려고 한다. 촬영이 다가올수록 프리 프로덕션은 바빠졌다. 부족한 것들을 메우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자꾸만 드러났었고
20일 밤에는 촬영팀이 장비를 갖고 왔다. 베이스에다 장비를 뒀고.
21일이에는 본 촬영 날이었다. 콜타임이 아마 12시였나. 충분히 늦은 시간의 콜타임이었고 촬영 분량도 적었다. 사실상 1씬만 찍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슈는 크게 없었다. 아, 야외라는 특성 때문에 자꾸만 사운드 이슈가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공간이 추웠다. 핫팩으로도 녹이지 못하는 몸들이 자꾸만 출몰했고
날씨가 많이 풀린 날이었음에도 그런 이슈가 있었다. 나는 중간에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피디가 그걸 찾아주기도 했다. 학생회관에 가서 학식을 먹으려고 했으나 테크노파크로 가기도 하는 이슈가 있었다. 3500원 생각한 밥값이 5500원으로 훌쩍 뛰었고.
밥을 먹으러 이동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부턴 포장해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첫 날은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찍었다. 후시 녹음을 해야될 것 같다는 무서움만 남겨둔 채로.
아, 그러곤 밤엔 가볍게 리허설을 한 번 했다. 그렇게 나름 무사히 끝났다.
나는 피디와 함께 과방에서 정리를 했다. 데이터 매니저처럼 외장하드에 촬영본과 사운드를 저장했다. 오늘 치의 소중한 데이터. 뭐,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다음 날도 무사한 콜타임이었다. 무사함만이 가득할 줄 알았지만 촬영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강당 밖에서 찍을 예정이었는데 분장실이 자꾸만 탐났다. 도둑 촬영을 실행하게 되고 들킬 수밖에 없었다.
여러 문제가 겹쳤다. 처음부터 허락을 구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 공문을 보냈지만 청소 중이라 빌려줄 수 없다는 답장을 받았다. 즉, 도둑 촬영이었다는 점.
그렇다면 빨리 찍고 돌아가기라도 해야 했는데 배우 지각 이슈가 있었다. 슈팅에 빠르게 들어갈 수도 없었다. 뭐, 결국 그렇게 되었다. 나는 경비 아저씨께 다시금 사과하러 갔지만 이미 다른 아저씨와 교대된 상황이었다. 교대된 아저씨는 '벌써 다 찍었냐'고 웃을 뿐이었다.
그러곤 큐브홀로 갔다. 피로연을 위해 빌려둔 공간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그냥 강당이었다. 그래도 피로연처럼 꾸미려고 노력한 탓인지 로케가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바라시를 자정으로 잡아뒀는데 20시에 다 찍어버렸다. 촬영팀에 놀랐던 하루였다.
물론 이 날은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배우들의 더블 액션이 맞질 않았고 전체적으로 산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3회차 촬영, 이 날은 콜타임도 가장 빠른 날이었을 거다. 오전 08시. 도서관까지 장비 이동을 위해 아침부터 다들 고생했던 것 같다. 전날 밤에 장비를 도서관에 옮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들 일과 시간을 준수하기 때문에 하릴없었다. 학교 여기저기에선 공사 중이었고
도서관에서의 촬영은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촬영이었다. 감정 씬이 포함된 절정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연극 무대를 위해 무대 조명도 활용해야 했고 장치적인 요소도 겹쳤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날이었다. 가장 영화다운 연출이 들어간 씬이었고
물론 그 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다 같이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집중하지 못 했다는 것. 찍었던 것을 다시 찍기까지 갔다는 것. 뭐, 그런 여러 일이 있어서 그런지 그날은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촬영팀의 친구 분이 커피를 사들고 오시기도 하고. 묵혀둔 비캠을 꺼내서 쓰기도 하고.
도서관 대관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타임어택이 사실 가장 큰 문제였다.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냐가 중요한 건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학과 후배가 장비를 써야 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오후 19시가 마지노선이었다.
마지막 날인 4회차 촬영. 이 날은 콜타임이 아마 오전 8시 쯤이었을 거다. 엔드 타임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던 날이었다. 장비 반납이라는 게 걸려 있어서다. 외부 렌탈샵이면 돈을 더 내면 되는 것이었지만 학교 장비도 빌렸던 탓에 반납이 필수적인 거였다. 뭐 그렇게 17:45분까지 알뜰하게 찍었다. 마지막엔 거의 찍어내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렇게 끝을 내고 저녁을 다 같이 먹었다. 배우들이 술도 사 왔다. 학교에서 우리는 그렇게 불법적으로 놀았다. 촬영팀도 한 잔 술이 들어갔고. 우린 그렇게 렌탈 시간이 오버됐다. 3만 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장비 반납과 렌트카 반납을 하고 집에 돌아가자 약 새벽 3시였다.
나도 모르게 다음 날 일촬표를 확인했다. 당연히 일촬표는 없었다. 촬영은 이제 없었으니까. 뭔가 알람을 맞추고 자야할 것 같았다. 잠에 들기 아쉬웠다. 그렇게 다음 날 점심 때에 일어나 학교로 다시 갔다. 놓고 간 짐을 찾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 학교엔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새내기들인가. 오늘 무슨 날인가 보다.
새내기 사이를 헌내기는 빠르게 지나갔다.
놓고 간 스태프들의 짐이 발견됐다. 짐들이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다면 진짜 촬영이 끝난 듯했다.
편집감독 댁에 들려 외장하드를 건네줬다. 후반 작업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설이 지났다. 설이 지나자 2월이 됐다. 2월이 되자 다시 연락이 하나씩 오기 시작했다. 보자보자, 난 무엇을 해야할까. 믹싱이든 편집이든 색보정이든 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내가 돈이 넘쳤다면 상관 없지만. 완성본은 약 4월에 나올까. 뭐 그렇다. 다시 이 글을 쓰게 될 때면 그땐 완성 후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