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 넥슨에서 유저 경험을 분석하고 있는 UX리서처의 일, 문화, 그리고 생각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게임 UX 리서처의 일상이 궁금하신 분
게임 회사의 문화가 궁금하신 분
게임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는 법이 궁금하신 분
"오 게임 회사 다니면 게임 하면서 돈 벌겠네 좋겠다"
"근데 너 게임 원래 별로 안 하지 않았었나? 게임 잘해야 다닐 수 있는거 아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요, 게임 회사에 다니는 분들의 주변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죠.
"하하 그렇지 뭐" 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이번 블로그 글을 계기로 게임 회사에 대한 이러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보면서 저희 팀의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 드리려 합니다.
(넥슨 게임 UX 분석가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부분이기에 타부서의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은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게임 UX 분석가는 프로젝트마다 다른 게임을 주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테스트를 잘 설계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콘텐츠 등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설계를 앞둔 시점에는 테스트 빌드를 플레이해보는 시간을 넉넉히 갖는 편입니다. 저희 팀의 경우 업무 시간에 대한 자유도가 개인에게 많이 주어지는 편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크기도 하고 설계나 분석 등 업무량이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는 업무 관련 게임 위주로만 플레이를 진행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게임만 할 수 있는건 아니에요 ㅠㅠ) 하루 30분 정도는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 규칙이 있지만,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사실 시간이 잘 없긴 합니다.
→ 산업과 업무의 특성상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잘 아시는 분들이 팀에 많이 계시긴 합니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게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풍부해야만 게임 UX 분석가로 일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입사 초반에는 리서치를 잘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 시 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희 팀에서는 한 가지 이상의 게임에 깊게 몰입해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편인데요, 하나의 게임만 깊게 플레이 하더라도 기초적인 게임 시스템과 유저 경험 전반의 이해를 어느 정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UX 분석가는 업무를 진행할 수록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 타입의 게임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업무를 진행할 때도 테스트 게임의 경쟁작이나 해당 장르의 특성 같은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욱 정교한 설계와 풍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팀원들의 니즈로 탄생한 것이 게임 UX 분석팀만의 '파밍데이'라는 문화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파밍데이는 무려 1년 8개월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임 UX 분석팀의 문화입니다. (2020년 11월 9일 처음 시작되었네요.)
사실 파밍데이는 '겜데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는데요, 한 달에 하루 날짜를 지정해 게임 UX 분석 팀원들이 평소 업무 시간에는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경험과 이해를 쌓고 싶은 게임을 플레이해보자! 라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리지널 겜데이는 미리 지정된 일정에 (예, 매월 셋째주 수요일) 운영자들이 사전에 리스트업 해둔 게임 리스트에서 원하는 게임을 골라 플레이 한 뒤 게임에 대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각자 컨플루언스 페이지에 기록하고, 같은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끼리 모여 간단하게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겜데이는 팀원 분들이 보다 다양한 게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업무에 환기가 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팀워크를 돈독히 쌓아갈 수 있는 좋은 문화였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며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겜데이는 필수 참여는 아닙니다) 운영 방식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21년 12월 팀 회고에서 게임 UX 분석 팀의 가장 좋은 문화이자 가장 변화가 필요한 문화가 '겜데이'로 선정이 되어 이를 기점으로 '파밍데이'로 변경되었습니다.
겜데이의 가장 큰 이슈는 '참여율이 떨어진다'와 '단발성 플레이 경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겜데이 일정에 게임 플레이 외에도 업무 관련 지식을 늘릴 수 있는 R&D 업무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도 다수 발생했습니다.
*게임 UX 분석 팀의 업무는 게임 사업/개발팀의 니즈로 진행하는 게임 분석 프로젝트 업무와 분석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법론/분석법을 고도화 하거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툴을 기획 및 개발하는 등의 R&D 업무로 구분 됩니다.
이에 따라 업무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경험을 '파밍'할 수 있는 파밍데이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고, 파밍데이에는 이전처럼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거나 R&D 업무를 보다 집중해 진행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밍데이의 효과가 팀에서 더 잘 체감될 수 있도록 세 가지의 운영 방식을 보다 강화하였는데요, 예시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임 선정의 우선순위를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연관된 게임 위주로 선정해 프로젝트 전 미리 경험하고 활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게 하자!
예를 들어 21년 3월에 진행했던 파밍데이(겜데이)에서는 팀원 7분이 '그랑사가' 게임을 플레이 해보셨습니다. 본인이 선호하는 게임의 스타일과 달라서 평소에는 접할 기회가 없는 게임이었지만, 파밍데이를 기회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추후 비슷한 수집형 RPG 장르의 게임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에 참고할 수 있는 이해와 인사이트를 쌓아가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MMORPG보다는 수집형 PRG에 가까운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
그런데 그 성장 시스템이 정말 무궁무진함.. 종류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이해가 안갈정도였음
캐릭터 장비를 시작으로 POE에서 굉장히 복잡했던 아크와 노드의 조합인 잠재능력, 그리고 그랑웨폰이나 다른 장비를 합성하는 공방에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울.. 링크.. 그리고 버프에서 그랑스킬 등등등
너무너무 복잡하고 이해가 쉽지 않았다는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일주일 또는 한달해서 지겹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고.. 이런 성장 시스템이 많을수록 타겟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21년 2월 파밍데이, 팀원 D님의 플레이 기록 中)
플레이 후에는 각자 플레이 경험을 기록한 내용을 기반으로 함께 플레이한 팀원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해당 게임과 장르에 대해 조금 더 관심과 지식이 많은 분들이 좋은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셔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늘 일본향 게임을 보면서 왜케 반짝반짝 거리는 UI가 많지.. 라는 생각을 기존부터 해왔었는데 팀원 S님을 통해 어느정도 이야기를 전해듣게 됨.. 일본문화는 빠칭코에서 유리된 UI에 익숙하고.. 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영향이 어느정도 게임에 작용하게 된 것 같다고..
그래서 그랑사가 역시 일본을 주 타겟으로 하는 게임이라서 이런 것들을 이렇게 구현했을 거라는 점에서.. 키야.. UI에 대한 지식을 하나 더 늘렸음
그리고 처음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되게되게 제한적이어서 왜케 커스터마이징을 이렇게 만들어놨지? 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집형의 경우 그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그때서야 이해하게 됨
캐릭터에 나를 투영시키는 것과, 내가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
(21년 2월 파밍데이, 팀원 D님의 플레이 기록 中)
2) 추후에 필요 시 파밍데이 기록을 리소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 방식을 변경하자!
기존의 개인 경험 위주의 템플릿에서 게임 요소 단위로 세분화해 기록할 수 있는 템플릿으로 변경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게임만의 특징적인 요소에 대한 데이터를 보다 잘 쌓을 수 있어 추후 레퍼런스로 참고하기에 용이해졌습니다.
3) 파밍데이 이후 게임과 관련해 경험한 내용을 팀 전체 단위에서 공유하자!
저희 팀은 파밍데이의 다음 주 수요일 오전 시간에 진행하는 겜유디 (게임 UX 디스커션) 시간에 파밍데이의 경험을 팀 전체와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 공유되는 내용으로는 플레이 된 게임 별로 인상 깊었던 점이나 게임 요소별 인사이트도 있지만, 해당 장르의 게임을 테스트 하는 환경에서 저희가 미리 참고할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한 내용이 공유되고 토론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지식 뿐 아닌 실제 유저 리서치 업무에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파밍데이 입니다.
그리고 파밍데이의 또 하나의 이슈인 단발성 플레이 경험으로 끝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게임 리스트를 몇 주 전에 미리 공유해 원하시는 분들은 개인 시간에도 틈틈히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함께 협동하여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면 좀 더 즐겁게 참여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파밍데이 일정에 맞춰 넥방을 미리 예약해두어 팀플레이 경험을 쌓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운영자와 팀원 분들의 업무가 바빠지는 시기에는 파밍데이의 운영 방식들이 100% 지켜지지 않기도 합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파밍데이라는 문화를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또 운영 방식을 고민하고 개선해나갈 예정입니다.
글을 작성하다 보니 파밍데이 외에도 팀 내에서 자잘하게 게임 플레이를 즐기시는 문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점심시간을 활용한 피파 / 서든 대결입니다.
피파와 서든어택을 즐기시는 팀원 분들은 식사를 하고 난 점심시간을 활용해 업무 자리에서 간간히 대결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팀원 분들이 참여하시지는 않지만 대결의 결과는 저희 팀에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놀리기 소재)
파밍데이에 대한 소개, 어떠셨나요? 게임UX분석팀에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문화들을 도입해 즐거우면서 유익한 업무 방식들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연재 콘텐츠로 하나씩 선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이후 후속편에서는 겜유디 (게임 UX 디스커션) 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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