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9
냥이는 요물
내 배에 꿀 발랐나?
집에선 마룬이가 사무실에선 포도가 내 배 위를 점거한다.
마룬이는 늘, 포도는 가끔 그런다.
그래서 마룬이가 오면 자꾸 밀어 내고 포도가 다가오면 품는다.
포도는 배 위에서 골골송도 들려주고 꾹꾹이 안마도 해주는데, 마룬이는 자꾸 내 손을 끌어다 지 배를 긁으라 귀찮게 한다.
참, 냥이는 요물이다.
2022.2.13
재즈 좋아하는 포도
포도는 재즈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팝이나 가요를 틀 때는 딴 짓을 하다가도 재즈가 나오면 스피커 위에 올라 앉는다.
애비와 음악 취향이 비슷하구나.
2022.4.8
건강하자. 모두
출근 전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마룬이의 나이가 9살이 되었고 사무실의 냥이 포도도 6살이 되었다.
아직은 괜찮겠지 생각하지만 복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마룬이는 요즘 많이 힘겨워 보이고 포도는 한쪽 눈이 자꾸 짖무른다.
내가 마룬이에게 그나마 해줄 수 있는건 잠시나마 뛰놀 시간을 주는것, 포도는 조만간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아봐야겠다.
이럴때 세월이 참 야속하다.
이 아름다운 봄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아이들에겐 몇 해나 남아 있을까.
2022.5.1
월요일을 맞는 방법
월요일에 받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일요일 저녁에는 사무실에 나와 캐드를 한다.
일단 급한 프로젝트의 계획을 진행하며 두시간 정도 보내면
월요일을 차분하게 맞을 수 있다.
주말에 외로웠을 포도도 좀 안아주고.
2022.8.23
포도가 많이 아프다.
계속 토하고 축 늘어져 있어서 병원에 데리고 왔다.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를 했는데, 부디 큰 병이 아니길.
아빠랑 같이 오래 살아야지.
2022.8.24
여주집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 왔다.
수액을 맞은 뒤 소변도 보고 혈당수치도 정상이긴 한데,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원장님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시고.
걱정이다.
병상 안 포도를 쓰다듬는데, 내 손에 자기 발을 얹는다.
손을 빼지 못하게 발톱으로 꼭 잡고 있는 포도가 안쓰러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내일은 아무 일 없듯 벌떡 일어서자. 포도야
2022.8.25
포도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허망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포도야.
마지막 손길인줄 알았으면 좀 더 오래 있어줄 것을.
오늘 밤 포도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페이스북을 들쳐보며, 아내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포도는 포도나무 아래에서 제일 행복했던 것은 아닐까.
사무실은 포도에게 오히려 감옥같은 곳은 아니었을까.
아니야, 많은 식구들에게 사랑받았으니 행복했었을거야.
그래도 산책을 좋아하던 포도는 그 나무아래가 더 편했을지 몰라.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본다.
보며 오늘은 아내와 밤새도록 울고 그리워할거다.
2022.8.26
아빠 집 나무 아래에서 편히 쉬거라.
이것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쓰다듬는 내 손에 자기 발을 올리고 발톱으로 꼭 잡고 있을 때, 그냥 그렇게 좀 더 오래 있어줘야 했다.
아내는 숨이 끊어진 포도를 데리고 포도가 태어난 마을을 한바퀴 돌고 한지로 곱게 싸 주었다.
작은 선물 포장같은 포도를 마당 한켠에 묻고 셀릭스라는 예쁜 나무를 심었다.
포도와 이 집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보고 싶다. 포도야.
2022.8.27
포도가 없는 사무실이 낯설다.
너무 조용하고 빈 듯한 허전함이 크다.
항상 책상 위에서 일을 방해하고 츄르를 달라고 귀찮게 조잘 거리던 포도의 목소리가 그립다.
식구들 모두 비슷한 마음일 거다.
점심을 먹고 포도가 쉬는 나무에 모였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러지 않을까 싶다.
포도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짧아서 더 아프고 그립다.
포도를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