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24
투닷 식구가 된 나물
모소장이 시시장(양수리 두머리부엌에서 열리는 장)에서 아주 어린 꼬마를 데려왔다.
맥락 없는 이름이지만 정감 가는 ‘나물’이란 이름을 모소장 둘째 준영이가 붙여주고 식구로 맞았으나, 장모님의 엄명에 의해 사무실로 귀양 왔다.
평일에는 사무실에 살다가 주말에만 모소장 집으로 갈 수 있는 주말 가족이 됐다.
이런 사정으로 나물인 투닷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됐고, 나도 꼬물이를 보고 있으니 그냥 기분 좋아진다.
나물아~ 잘 지내보자.
2018.6.2
웬수 같은 자식
포도가 바라보는 건 나무 위의 참새다.
슬그머니 다가가 점프를 해 잡아보려 하지만 거의 실패한다.
제일 성공률이 높을 때는 포도나무 아래 담벼락에 숨어 있다가 날아오는 참새를 낚아채는 것이다.
이마저도 이젠 몸이 커져 들키기 일쑤고 참새가 미리 알고 날아오지 않는다.
가끔 성공해 보란 듯이 마당에 전리품을 놓아둘 때면 예전 키우던 앵무새 ‘완두’가 떠오른다.
요즘같이 날씨 좋은 날,
어깨 위에 앉혀 놓고 산책을 하는 와중에 신난 ‘완두’가 잠시 날아 내 주변을 맴돌다 길냥이의 사냥감이 되었다.
낚아채 도망간 길냥이에게 저주를 퍼붓고 한참을 울었더랬다.
삶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2018.7.8
포도와 나물
집에서 뱀과 새와 쥐 잡는 뜨악한 취미생활을 즐기던 포도를 사무실로 데려왔다.
포도와 나물이가 처음부터 자매처럼 잘 지내길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첫 대면은 무시무시했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사악한 소리를 내며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철천지 왠수를 만난 모양새였다.
걱정스러웠지만 무조건 합방한 상태에서 삼일째를 맞는 오늘,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는 상황은 많이 줄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보니 얼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황까지는 왔나 보다.
나와 모소장이 이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듯, 이 아이들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양수리에서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2019.10.26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마룬(댕댕이)이는 한결같다. 동그란 눈으로 산책을 재촉하고 내 몸에 등을 대고 자며 틈만 나면 혀로 핥아 댄다. 거의 매일이 똑같아 마룬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있어도 댕댕이 자체의 삶이 궁금하진 않았다.
고양이 포도와 나물이를 키우며 그 둘의 미묘한 감정과 표현의 다름을 경험하고 고양이가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고양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보게 된 ‘고양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더해져 주인공 ‘바스테트’의 매력에 푹 빠졌고 고양이는 더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2020.9.28
추석 전 설계 미팅
호평동 주택 설계 미팅.
추석 연휴에 설계안을 한 상 차려 놓으시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 부리나케 준비해 협의한다.
식구가 많아(사람7명+3냥이) 이슈도 많고 면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공비 걱정에 두소장은 걱정이 태산인데,
포도는 테이블 위에서 그저 해맑다.
2020.12.20
의좋은 자매
휴일 신규 미팅 건으로 사무실에 나왔더니 쫄쫄 굶은 아이들이 밥 달라 성화다.
사료를 한 그릇 채워주니 나물이가 코 박고 먹는다.
포도는 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기다려주고.
언니의 마음이 애틋하다.
이렇게 의좋게 지내라.
영업은 열심히 안 해도 되니.
2021.4.3
물도 나눠 마시는 사이좋은 오누이
포도가 소팀장의 물을 나눠 먹는구나.
사이좋은 오누이 같구나.
정호에겐 비밀로 해야겠네.
2021.6.28
포도 화장실 청소
자꾸 잠이 줄어든다.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침대 속에서 자꾸 밍기적 거리느니 일찍 사무실에 나왔다.
무엇으로 월요일을 시작할까 하다가 미뤄뒀던(너무 많이 미뤄둬서 포도와 나물에게 미안했던) 냥이 화장실 청소를 했다.
남은 두부모래를 다 버리고 비누로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아줬다.
이왕 씻는 김에 겉 케이스까지 닦으니 새 응가집이 됐다.
새 두부모래를 깔아주니 포도가 와서 개시해준다.
아주 쾌적하고 기분 좋은 표정이었으리라.
2021.10.9
자식들 뒤치닥거리
양수리에 사무실을 열고서는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가더라도 가족의 누구는 남았지 않았나 싶다.
집에는 댕댕이 마룬이, 사무실에는 영업이사 냥이 포도, 나물이가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감당하기로 했으니 미련도 없고 아쉬움도 없지만
가끔 아내나 아들에겐 좀 미안하기도 하다.
우리 이사님들 뒤치닥거리는 내가 직접 한다.
직원 세명이 모두 냥이들 알러지가 있어서(물론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아서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어차피 모소장과 내가 책임져야 한다.
오늘부터 삼일 연휴니 챙겨야할 때이다.
저녁을 양꼬치에 술을 거나하게 먹었더니 애들 생각이 나더라.
아내랑 사무실에 들러 한참을 놀아 줬다.
애들과 함께하는 좋은 마음은 억지로 안 된다. 아내와 내가 진심인 것은 정말 다행이다.
두달 가까이된 두부모래를 싹 비우고 씻고 새로 채워 줬다.
향긋한 화장실에서 똥 잘 싸고 내일 보자~
2021.10.19
내 사랑 포도
참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도 딱히 예쁘지 않은 걸 보면 니가 미묘는 아닌가싶다.
그래도 일할때 내 옆을 지켜주는 니가 난 참 이쁘다.
그렇게 서로 봐주면서 아빠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포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