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장 이야기
한 달에 한두 번 꼭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세차장이다. (영국에는 주로 직접 세차해 주는 손세차장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런던 북쪽 사우스게이트 Southgate에 있는 허름한 세차장이다.
흑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나는 세차는 이곳에서만 한다.
사람들이 붐비는 낮 시간대 가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어쩔 때는 대기줄이 길면 그냥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주로 조용한 주말 아침 9시 오픈시간에 맞추어 오픈런을 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세차에 진심이다.
여러 손세차장을 돌아다녀 보니
대부분 15분이면 외부부터 실내까지 세차가 끝난다.
대충대충 한다는 말이다.
그러고는 30파운드 (7만 원)을 받아간다.
그런데 이곳은 비슷한 가격에 40분 이상 세차를 한다.
7인승 SUV 3열 좌석 발매트는 잘 보이지 않아
사실 그냥 넘어가도 잘 모른다.
좌석을 이동시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청소한다.
두 번째가 이곳의 경쟁력이다.
영국에서는 따로 고가의 옵션을 선택해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한 광택을 해주지 않는다.
세차 후 광택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 차 외부 도색이 죽는다고 하며
빠지지 않고 광택재를 발라 마무리해준다.
그래서 마치 이 세차장을 구독이라도 하듯 한 달에 두 번씩 꼭 들러 충성을 표한다.
세차장도 주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를 두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런던시내에서
수많은 경쟁상대 속에서 외식사업을 하며
제대로 된 경쟁력 갖추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그저 기적일 뿐이다.
그저 하나 더 내어 준 것뿐인데....
여기에 에너지가 발생하고 힘이 생긴다.
팀 페리스의 책 '타이탄의 도구들'내용 중에 헤르만 헷세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와 부유한 상인의 대화 내용이 나온다.
상인: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줄 수 있다는 말이오?
싯다르타: 모든 사람이 가진 것을 내놓습니다. 병사는 힘을, 상인은 물건을, 교사는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어부는 물고기를
상인: 그건 잘 알겠소. 그럼 당신이 뭘 줄 수 있다는 거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소?
싯다르타: 저는 생각하고, 기다리며, 금식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가진 것입니다.
상인: 그게 다요? 그것들이 뭔 쓸모가 있다는 거요? 금식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요?
싯다르타: 참으로 큰 가치가 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금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 인다. (중략) 하지만 지금처럼 조용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나는 조급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으며 오랜 시간 배고픔을 멀리하고, 그것을 비웃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것을 세상에 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를 받고 있다. 그것이 돈이든, 인정이든, 만족이든...
심지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내놓을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만 더 내어놓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나는 줄 수 있어도 둘은 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치 그 세차장 주인이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서비스는 해줄 수 있어도
광택까지 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마인드와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전에 자동차 수리를 맡겼더니 세차에 기름까지 채워주었던 업체가 기억난다.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나는 줄 수 있어도
하나 더 주기는 힘들다.
이 힘든 일을 오늘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