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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디책 #3. 다크패턴의 비밀

탁월한 마케팅 전략인가, 소비자 기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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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의 비밀 :

기만적인 온라인 설계는 어떻게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가

스디책에서 세 번째로 다룰 책은 바로 <다크패턴의 비밀>입니다. 사용자를 현혹하는 온갖 장치들로 가득한 책 표지가 인상적이었어요.


다크패턴이 사용자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실무에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다크패턴의 유혹을 맞닥뜨리기도 해요. 근본적으로 ‘어디까지를 다크패턴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경계도 모호한 부분이 있고요. 이건 사용자를 위한 일이 맞을까? 내가 못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제품을 만들면서 수없이 딜레마에 빠지고는 하죠.


평소 아래와 같은 궁금증이 있었던 분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예요.

• 그래서 다크패턴이 뭐지? 내가 만든 건 다크패턴이었을까?
• 다크패턴의 다양한 사례가 궁금해.
• 다크패턴을 통제하는 법률이 따로 있나?


다크패턴의 정의와 사례

잠깐!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이 책에서 정의하는 다크패턴에 대해 짚고 넘어가요.

• 저자는 다크패턴을 ‘기만적 패턴’이라 칭해요.
• DSA에서는 ‘의도적으로 또는 사실상 서비스 이용자가 정보에 기반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능력을 물질적으로 왜곡 또는 손상하는 관행’이라고 표현해요.


의도적으로 설계된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급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모든 형태를 다크패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서비스 구독 해지 버튼을 꽁꽁 숨겨놓거나, 중요한 약관을 아주 작고 흐린 글씨로 구석에 넣어두는 것 모두 대표적인 사례가 되죠.


다음은 마루트 등이 2019년 발표한 <대규모 다크 패턴>의 분류 체계와,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 사례예요.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는 모두 예시로 제작되었으며,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은닉>

[숨겨진 비용] 에어비앤비에서는 동일 상품에 대해 검색 페이지와 구매 페이지에서 각각 다른 가격을 제시했어요. 구매 페이지에서는 서비스 요금과 수수료 등을 포함한 최종 금액을 노출했고, 이는 검색 페이지의 금액 대비 약 35% 더 높은 숫자였어요.

[장바구니에 몰래 넣기] 스포츠 다이렉트에서 장바구니에 사용자가 선택한 적 없는 잡지와 머그잔을 추가해두었다가 BBC 워치독에서 집중 보도되었고, 2024 소비자 권리 지침에 의해 EU 전체에서 불법이 되었어요.

[숨겨진 구독] 피그마에서는 파일의 링크를 공유할 때 옵션으로 ‘편집 가능’을 지정 후 링크를 공유하면, 공유받은 초대 수신인 만큼의 월 구독 비용이 청구되었어요. 하지만 링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구독’이나 ‘비용 청구’에 대한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긴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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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타이머] 쇼피파이의 허리파이 앱은 가짜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노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서둘러요! NN:NN:NN 뒤에 세일이 끝나요.’와 같은 메시지였고, 입력한 기한에 따라 캠페인이 종료되면 다시 타이머를 돌려 세일 기간을 상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어요.



<미스디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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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선택 강요] 리테일 업체 시어스는 마케팅 이메일 수신 거부 버튼에 ‘괜찮습니다. 전 공짜 돈이 싫어요.’라는 문구를 썼고, 마이메딕에서는 알림 수신을 거부하는 버튼에 ‘아니요. 전 살고 싶지 않아요’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선택에 감정적 동요를 만들었어요.

[시각적 방해] 트렐로는 구독 옵션을 선택하는 페이지에서, 구독제에 가입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버튼을 페이지의 가장 하단에 작은 사이즈로 노출했어요. 스크롤을 내려야만 볼 수 있는 위치였고, 구독제 가입 버튼에 비해 옅은 색상으로 눈에 거의 띄지 않았죠.

[속임수 표현] 라이언에어는 항공권을 구매할 때 보험 가입이 필수인 것처럼 표기해두었으나, 사실 거주 국가를 선택하는 드롭다운의 덴마크와 핀란드 사이에 ‘보험 미가입’ 선택지가 숨어있었어요.

[압박 판매] 위에서 제시된 모든 속임수 표현을 중첩 활용하여, 지금 제품을 구매해야할 것처럼 사용자를 압박하는 유형이에요.



<사회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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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메시지] 비케팅은 ‘세일즈 팝’이라는 활동 메시지 플러그인 서비스를 판매했는데, 지명과 시간을 임의 지정하여 공급자가 활동 메시지 내용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N분전 NN주에서 이 제품을 구매했어요’와 같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용자에게 노출할 수 있었죠.

[후기 기만적 패턴]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마치 고객이 남긴 후기처럼 포장하는 방식이에요.



<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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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진 임박 메시지] 헤이머치의 ‘헤이!스커시티 로우 스톡 카운터’ 앱은 재고 데이터를 임의로 작성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손쉽게 가짜 매진 임박 서비스를 판매 중인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방해>

• [어려운 취소 기만적 패턴] 뉴욕타임스에서는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로 제품 구독을 권장했지만 해지를 위해서는 상담원과 전화를 연결하거나 라이브 채팅을 이용해야만 했고, 해지까지 7~17분 정도가 걸렸다고 해요. 집단 소송으로 결국 온라인 해지 수단을 제공하게 되었어요.



<행동 강요>

• [등록 강요] 링크드인은 서비스 초기에 가입 단계에서 이메일 입력을 필수 정보인 것처럼 적용했는데, 이메일을 입력하면 링크드인 초대 메일을 대량으로 발송하게 했어요. 소셜미디어 기반 서비스에서 필요 정보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험일 수 있으나, 다른 행동을 유도할 목적으로 이메일 주소를 입력받은 행위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에서 불법으로 판정했고 합의금 지급을 명령받았어요.




다크패턴은 어떻게 널리 퍼졌나

이처럼 명확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다크패턴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책에서는 아래 배경을 이유로 제시해요.


수치 중심 문화와 A/B테스트의 부상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수치를 중심으로 움직여요. 그 과정에서 언제나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선택하게 되죠. 다크패턴은 공급자에게 필요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A/B 테스트 등의 경쟁에서 우위 수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요. 수치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다크패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모방 디자인

시장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가 즐비해요.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다크패턴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면, 다른 기업 또한 모방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져요. 결과적으로 다크패턴을 쓰지 않는 것이 손해인 것처럼 변질되면서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요.




다크패턴이 노리는 인간의 8가지 취약성

이러한 다크패턴은 ‘착취적 전략’을 가진 기업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저자는 설명해요.


다크패턴이 노리는 인간의 8가지 취약성.png


콜린 M. 그레이 교수와 퍼듀 대학교 UXP2 연구소는 기만적 패턴으로 이어지는 착취적인 디자인 전략을 최초 연구했어요. 그들이 발견한 착취적 디자인 전략의 8가지 분류는 다음과 같아요.


기만적 패턴으로 이어지는 착취적인 디자인 전략.png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아쉽게도 저자는 다크패턴을 없애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기업에서 벌어지는 다크패턴을 막을 수 없었다고 고백해요. 법보다 빠른 기술의 발전 속도 아래 현실적 한계가 존재했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스파르타 디자인팀은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만약 실무에서 다크패턴 사용을 요청받거나 스스로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디자인 책임자로서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동료와 나 자신을 설득해보면 어떨까요?


법적 소송 레퍼런스와 그에 따른 기업 리스크

EU에서는 디지털시장법으로 다크패턴을 법적 통제하고 있으며, 실제로 큰 기업에서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제품 경험을 다시 설계하는 등의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어요. 미국 또한 온라인 구매자 신뢰 회복법과 같은 전통적인 불공정 또는 기만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하되 2024년 네거티브 옵션 규칙을 개정하는 등 규제를 구체화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2025년 2월 시행되는 개정 전자상거래법을 통해 다크패턴을 사용한 기업은 과태료 및 영업 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 2023년 7월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는 숨은 갱신, 잘못된 계층 구조 등의 익숙한 패턴 사례가 등장해요.


국내에서도 규제가 점차 활성화됨에 따라 유명 기업에서 법적 조치를 받은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요. 소송 사례가 많아질 수록 규제는 더욱 견고해지고, 소비자 또한 제품의 기만적 패턴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겠죠. 다크패턴으로 얻을 수 있는 잠깐의 단기적 수치 대비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면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될 거예요.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인한 장기적 영향

다크패턴은 당장의 단기적인 수치를 만드는 데 효과적일 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뜨리게 돼요. 수많은 선택지와 대체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한 번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선택받지 못한 제품으로 전락하는 일은 조직의 어떤 사람도 원하지 않는 결말일 거예요. 다크패턴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적 전략’이 가지는 이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사용자의 성공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업에 대한 가치관을 충분히 공유하거나 전사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마치며 :좋은 일을 위해 넛지하세요!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는 <넛지>에 사인해달라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좋은 일을 위해 넛지하세요’라는 문구를 꼭 적는다고 해요. 넛지는 긍정적인 방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조직 모두가 세상에 좋은 넛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죠.


수많은 다크패턴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을 알게 되면서 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져야 할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이는 비단 디자이너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PM, 개발자, 마케터를 비롯해 제품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내가 만든 넛지가 사용자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그 길이 사용자에게 좋은 방향인가에 대해서요.


오늘도 사용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제품 제작자 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함께 좋은 넛지를 만들어요!




✏ Writer: 곽진(Produc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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