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어려운 법이다. 글을 쓰는 일은 그중에서도 더 어렵다. 두 편의 글을 써본 사람이 세 번째 글을 쓰려다 멈칫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번엔 더 잘 써야 해!”라는 마음속 압박이 생각의 흐름을 막고, 글의 문을 닫아버리곤 한다. 욕심이 지나치면 글을 쓰겠다는 자유로운 의지도 족쇄로 변할 때가 많다.
피카소가 처음 붓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그의 초기 작업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비둘기를 관찰하고 수없이 반복해 그리며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이 그의 예술 세계의 근간을 이루었다. 글쓰기 또한 이와 같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욕심내기보다, 매일 꾸준히 쓰려는 마음과 인내가 글의 생명을 싹트게 한다.
글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은 글은 생명력을 잃기 쉽다. 글을 쓰려는 이유가 명확할 때, 그 자체가 글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오래전,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슬픔을 글로 써 내려가기로 했던 날이 떠오른다. 처음엔 단 한 문장조차 나오지 않아 답답했지만, 기억을 꺼내어 진심을 담아내니 글이 흘러나왔다. 그 과정은 아팠지만 동시에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말문이 터지면 말이 술술 나오듯, 글문 또한 자연스레 흐를 때가 있다. 이 순간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의 마음을 조용히 열고, 이야기하고 싶은 진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글이 나만의 진실이라면 이미 충분히 가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란 거창한 작업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과 기억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속 길이 열린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몰랐던 자신을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